올림픽보다 코로나19 경고 택한 도쿄도민…자민·공명당 과반 확보 실패

박은하 기자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도쿄도의회 선거가 열린 4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도통신=AP=연합뉴스

니카이 도시히로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도쿄도의회 선거가 열린 4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교도통신=AP=연합뉴스

올 가을 열릴 중의원 선거의 예고편 격인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일본의 집권 여당 자민당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자민당은 1당은 탈환했지만 공명당과 합쳐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데는 실패했다. 도쿄 유권자들이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에 힘을 실어주기보다 정부의 코로나19 부실 방역에 경고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4일 투개표가 이뤄진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자민당은 전체 의석 127석 가운데 33석을 차지해 4년 만에 도내 제1당 지위를 되찾았다고 교도통신 등이 5일 보도했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도민퍼스트회는 31석을 얻어 근소한 차이로 제2당이 됐다. 자민당과 선거 연합을 한 공명당은 23석을 얻었다.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15석, 공산당은 19석, 무소속 4석, 일본유신회와 도쿄생활자네트워크가 각각 1석을 얻었다. 입헌민주당과 공산당 의석은 전보다 늘었다.

자민·공명당의 합계 의석 수는 56석으로 당초 목표했던 과반에 이르지 못했다. 자민당이 확보한 의석 수는 역대급 참패로 평가받은 지난 선거보다는 8석 늘었지만 역대 두번째로 적다. 자민당 내부에서는 선거 결과를 참패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개표가 진행되던 4일 밤 당사에 들렀으나 별다른 말 없이 취재진과 인사만 나누고 떠났다.

지난 4월 보궐선거에서 전패하는 등 내리막길을 걷고 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내각은 이번 선거와 도쿄올림픽을 발판삼아 지지율을 반등시키고, 올 가을 조기 총선을 실시해 정국을 장악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의외의 결과다. 이대로 가면 중의원 선거는 위험하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아사히신문은 “중의원 선거는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대한 불만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 지지자 가운데 자민당에 투표한 유권자는 57%에 불과했다. 전체 유권자의 28%를 차지하는 무당층은 도민퍼스트회에 가장 많이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권자들이 가장 중시한 의제는 코로나19 대응(27%)이었고 다음이 도쿄올림픽(12%)이었다. 다치가와시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한 60대 여성은 “지난 선거에서 자민당을 찍었지만 이번에는 도민퍼스트회를 찍었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자민·공명당 정권에 불신이 강해졌다. 무리해서 올림픽을 치를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이번 선거 가장 뜨거운 쟁점이었던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관련 자민당과 공명당은 관객 수 제한을 통한 안전·안심 대회 개최를, 도민퍼스트회는 무관중 개최를 주장했다. 입헌민주당은 연기나 취소, 공산당은 즉각 취소를 각각 주장했다.

도쿄올림픽을 무관중으로 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4일 오후 6시30분 기준 일본의 신규 코로나 확진자 수는 1485명으로, 15일 연속 증가를 기록했다. 추세대로라면 올림픽 기간에 긴급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이 부족해 3개월째 접종도 지연되는 상황이다. 스가 총리는 “무관중 개최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지만 일본 정부는 무관중 여부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오락가락하고 있다.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은 오는 8일 5자회담을 개최해 대회 중 관중 유치에 대한 검토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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