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이란 정부, 또 ‘히잡 시위’ 참가자 공개 처형

박효재 기자

커지는 국제사회 우려 속 ‘외교 갈등’ 본격화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에서 한 시민이 12일(현지시간) 이란 ‘히잡 시위’를 폭력 진압하던 보안군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공개 처형된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의 소식이 공유된 트위터를 보여주고 있다. 니코시아 | AFP연합뉴스

키프로스 수도 니코시아에서 한 시민이 12일(현지시간) 이란 ‘히잡 시위’를 폭력 진압하던 보안군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공개 처형된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의 소식이 공유된 트위터를 보여주고 있다. 니코시아 | AFP연합뉴스

보안군에 흉기 휘두른 혐의
4일 만에 두 번째 사형 집행
크레인까지 동원 ‘공포정치’

EU, 곧바로 추가 제재 결정
유엔 여성위 추방 등도 추진
이란은 언론사 등 제재 맞불

이란 사법부가 반정부 ‘히잡 시위’ 진압 보안군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시위 참가자 마지드레자 라흐나바드(23)를 12일(현지시간) 공개 처형했다. 같은 혐의로 시위 참가자 모센 셰카리(23)가 공개 처형을 당한 지 4일 만이다.

유럽연합(EU)은 시민들의 정당한 문제제기를 이란 정부가 공포정치로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대이란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이에 이란도 유럽국 인사들에 대한 추가 제재를 내놓는 등 이란과 서방의 갈등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란 사법부가 운영하는 매체인 미잔통신은 이날 오전 북동부 도시 마슈하드에서 라흐나바드에 대한 교수형이 집행됐다고 밝혔다. 소셜미디어에는 라흐나바드가 손이 뒤로 묶인 채 교수형을 당해 크레인에 매달려 있고,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든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라흐나바드는 지난달 17일 시위 진압을 책임진 바시즈 민병대원 2명을 흉기로 찔러 치명상을 입힌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AP통신은 보안군이 시위대를 살해한 것에 분노해 라흐나바드가 흉기를 휘둘렀다고 전했다.

인권운동가들은 최소 12명이 히잡 시위 참여 관련 혐의로 밀실재판을 통해 사형을 선고받았다면서 추가 사형 집행을 우려했다. 이란의 신속한 공개 처형은 공포심을 조성해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란에서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뒤 숨진 마흐사 아미니(22) 사건을 계기로 지난 9월부터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라흐나바드에 대한 공개 처형 이후 사법부 대변인은 국영방송에 출연해 보안요원을 해할 목적으로 무기를 쓰는 자는 ‘신에 대한 적대죄(모하레베)’로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잔통신은 사형 집행 전 손발이 묶인 채 검은 자루를 쓰고 있는 라흐나바드의 모습을 수차례 방송했다.

크레인까지 동원한 공개 처형 방식도 공포심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인권운동가들은 이란에 크레인을 제공하는 기업들에 정부의 사형 집행에 사용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납품 중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이란이 보란 듯 신속하게 공개 처형을 강행하자 EU 외교장관 이사회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이란 성직자 등 24명과 관련 기관 5곳에 대한 추가 제재를 결정했다. 이 중 20명과 기관 1곳은 반정부 시위 탄압 등 인권침해와 연관됐다. 제재 명단에는 이란 국영방송 IRIB와 대표 페이만 제벨리도 이름을 올렸다.

제재 발표 전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이란의 시위 대응 및 최근 공개 처형에 대해 이란 외교장관과 통화했다. 그는 “쉬운 대화는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매우, 매우 강력한 제재안을 승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도 “우리는 무고한 이란인들 편에 설 것”이라며 “이런 방식으로 국민을 대하는 정부는 EU와 정상적인 관계를 지속할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서 이란을 추방하기 위한 투표도 13일 치러진다.

이란 외교부도 이날 유럽의 언론사, 전·현직 정치인, 군인 등 9개 기관 23명을 추가로 제재한다고 밝혔다. 언론사 중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둔 페르시아어 방송 라디오 자마네, 자유 유럽 라디오 이란 지부인 라디오 파르다가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경없는의사회 설립자인 베르나르 쿠슈네르, 영국 인권연구소 의장인 제프리 빈드먼 등도 제재 명단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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