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군 장악한 시리아 북부
“정부 통해서만 지원” 압박
물자 통로 막고 ‘정치적 협상’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이 이번 대지진 참사를 외교적 고립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에 제재 해제를 요구하기 위한 정치적 ‘지렛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진 발생 직후 알아사드 정부가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는 “시리아에 대한 구호 지원은 시리아 정부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성명 발표였다. 반군이 장악한 지역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도 정부가 직접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반군이 장악한 시리아 북부 지역은 지진 발생 이전에도 국제사회의 원조 물품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반군 지역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원조 통로인 바브 알하와 국경통제소로 이어지는 도로가 지진으로 훼손되면서 국제사회의 지원이 사실상 차단됐다.
뉴욕타임스는 바브 알하와에서는 구호물품 대신 튀르키예에서 지진으로 사망한 시리아인들의 시신 가방만 통과하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 센추리재단의 시리아 전문가 아론 룬드는 “이번 지진은 알아사드 정권에 ‘나와 함께 일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줄 만한 기회를 제공한다”면서 “알아사드 대통령이 똑똑하다면 자신이 통제하지 않는 (반군 장악) 지역에 대한 구호 지원을 도와 책임 있는 지도자처럼 보일 기회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는 매우 고집스럽다”고 말했다.
알아사드 정권은 대신 국제사회 제재 때문에 수색과 구조활동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만 키우고 있다. 실제 제재 때문에 튀르키예와 달리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시리아 외교부는 오랜 제재로 구호장비가 부족해 구조대원들이 작업하는 데 두 배의 시간이 걸리고 주민들이 맨손으로 폐허를 파야 할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이번 지진이 시리아에 손을 내미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시리아가 처음으로 EU에 도움을 요청해 왔다면서, 650만유로(약 88억원)의 인도적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알아사드 정권에 물품이 전용되지 못하도록 확실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