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품 닥치는 대로 끌어모아”
현지 전문가 “매몰자 20만명”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아다나로 가는 고속도로에는 구호물품을 실은 컨테이너 트럭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졌다. 아다나는 규모 7.8의 강진 피해가 발생한 10개 주 가운데 가장 서쪽에 위치한 곳이다. 고속도로 휴게소에도 ‘지원 트럭’이라고 써붙인 수십대의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군복 차림의 한 남성은 앙카라에서 왔다면서 하타이로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이불, 식품, 물, 베개, 간이 발전기 등 모을 수 있는 것은 닥치는 대로 다 끌어모아 가져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경유한 카이세리의 마트에서는 낱개 생수병 몇 개만 눈에 띄었다. 점원은 “대용량 생수는 모두 카흐라만마라스에 구호물품으로 보냈다”고 말했다. 카흐라만마라스는 지난 6일 규모 7.5의 두 번째 지진이 일어난 곳이다.
국가적 재난 앞에 튀르키예 국민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손을 내밀고 있었다. 그러나 끝없이 악화되는 상황 속에서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8일 살아남은 사람들이 추위와 함께 생존에 필요한 물과 식량, 연료 등을 구하지 못해 ‘2차 재난위기’에 몰렸다며 긴급 지원을 호소했다. 실제 대지진의 진원지인 가지안테프에서 약 250㎞가량 떨어진 카이세리는 날리는 눈발로 온통 하얗게 변했다. 두꺼운 패딩을 입어도 몸이 떨릴 정도였다.
잔해 밑에 깔려 있는 사람들의 상태는 더욱 심각하다. 구조의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나면서 추위로 인한 저체온증과 탈수 증세로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이스탄불 공항에서 마주친 말레이시아 특별재난지원구조팀 단장 압둘 마나프도 “날씨가 가장 우려된다”고 말했다.
사망자는 계속 늘어 지진 발생 나흘째인 이날 오후 1시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만7100명을 넘었다. 튀르키예의 대표적 지진 과학자 오브군 아흐메트는 붕괴한 건물에갇혀 있는 시민들이 2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현장에서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날 카흐라만마라스의 아파트 잔해에서는 지진 발생 73시간 만에 55세 남편, 40세 아내, 5세 딸로 이뤄진 가족 등이 구조됐다. 대한민국 긴급구조대(KDRT)도 활동 개시 첫날 하타이주 안타키아에서 70대 생존자 1명을 구조한 데 이어 부녀 관계인 40세 남성과 2세 여아 등 5명을 잇달아 구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