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 힘 쏟는 ‘신정 체제’ 이란, 개혁 요구 부응? 더 강력한 탄압?

손우성 기자

히잡 시위 계기로 민의 확인

종교 칙령 발령에도 활용 뜻

안면인식 기술 악용 우려도

보수적인 신정 권위주의 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이란 정권이 인공지능(AI)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심지어 최고 종교 권위자의 칙령인 ‘파트와’ 발령에도 AI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히잡 시위로 분출된 사회 개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과 함께 더 강력한 탄압의 신호탄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AI 잠재력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의 물결이 이란 종교 지도자들까지 휩쓸었다”며 “그들은 방대한 이슬람 경전을 분석하고 종교 칙령을 내리는 데 AI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연구하고자 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이란 정부는 수도 테헤란 남쪽에 있는 쿰에 대규모 AI 연구단지를 조성하고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쿰에서 AI를 연구하고 있는 모하메드 고트비는 FT에 “AI가 고위 성직자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50일이 아닌 5시간 만에 파트와를 발령하는 데 도움이 되는 조력자는 충분히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정부가 AI 개발에 팔을 걷어붙인 계기는 지난해 이란 전역을 강타한 히잡 시위다. FT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겪으면서 이란 신정 지도부는 현대화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확인했다”며 “성직자들은 AI 기술이 이슬람 교리를 강화함과 동시에 대중의 요구를 수용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FT에 따르면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하메네이는 지난 6월 “이슬람 공화국(이란)의 목표는 변하지 않는다”면서도 “적어도 AI 측면에선 세계 10위 안에 드는 국가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하메네이는 중동 라이벌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비해 AI 기술력이 떨어진다고 언급하며 개발자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이란의 이러한 행보가 대중을 더 강력하게 탄압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란 정부는 히잡 시위 이후 대면 단속이 어려워지자 폐쇄회로(CC)TV와 AI 안면인식을 활용한 단속을 늘리고 있다. 이란 의회는 지난 20일 AI 기술을 이용한 단속 시스템 구축을 명문화했다. CNN은 “대규모 시위에도 이란 정권이 히잡 착용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을 것이란 경고를 국민에게 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도 이날 CNN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이슬람에 헌신하는 수십 개 국가가 있지만, 그들은 여성에게 무엇을 입으라고 강요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곳에 사는 수십억 이슬람교도는 틀렸고, 이란만 옳다고 볼 수 있느냐’고 묻자 “(히잡 시위는) 거리에서 일어난 폭동일 뿐”이라며 “그들(시위대)은 지지를 얻지 못했고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그 무리엔 살인과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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