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 팬데믹에 상처받은 미래

김향미·윤기은 기자

Z세대, 2021 이후는

Generation Z

1990년대 중후반 이후 태어난 세대를 가리킨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2019년 1월 미국 내 세대 구분을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 X세대(1965~1980년생), 밀레니얼(Y세대·1981~1996년생), Z세대(1997~2012년생)로 정의했다. 알파벳 순서대로 X·Y세대의 뒤를 잇는 세대라는 뜻에서 ‘Z’가 붙었다(옥스퍼드 사전).디지털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한 후 태어나거나 성장한 세대로 ‘디지털 원주민’ ‘주머(Zoomer)’ 등으로도 불린다. 기관·연구자에 따라 1995~2016년생까지 포괄한다. 기사에는 밀레니얼 중 1990년대 초반 태어난 20대 후반의 이야기도 포함됐다.


미국 미주리 초등학교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트위터 제공.

미국 미주리 초등학교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있다. 트위터 제공.

미국 뉴욕 맨해튼에 살고 있는 해리 로사도(24)는 코로나19가 강타하기 전 한 레스토랑에서 웨이터 보조로 일하면서 일주일에 많게는 300달러(약 33만원)를 벌었다. 2020년 3월 코로나19 봉쇄령 이후 그는 곧바로 해고됐고, 연말까지 어떤 일터로도 돌아가지 못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석사 학위를 준비 중이던 엘리사 도세나(24)는 코로나19가 확산하자 고향인 크레마로 돌아와 가족을 돌봐야 했다. 도세나는 전염병으로 이모와 할머니를 잃었고, 그의 아버지는 호흡기 질환을 얻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주앙 비투르 카바우칸치(20)는 프로 사이클 선수였으나 코로나19 봉쇄령에 부모가 가게 문을 닫고 후원이 끊기면서 운동을 그만두고 자동차 수리점에서 일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폭풍의 앞자리에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 출생자)가 서 있다. 로사도의 사례를 소개한 뉴욕타임스는 지난 12월22일자 기사에서 “그들은 젊고, 실업자이며, 암울한 전망에 직면했다”고 했고, 도세나와 카바우칸치를 인터뷰한 로이터통신은 12월24일 보도에서 “2021년을 앞두고 Z세대 사이엔 (2008년 금융위기 직후 취업전선에 있었던)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것이란 우려가 있다”고 했다.

팬데믹이 미친 영향은 소득계층, 인종, 지역 등에 따라 불균형적으로 나타났다. 피해가 큰 계층으로 주요 외신들은 Z세대를 주목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금지한 아동노동의 범위를 벗어나는 만 15세(지난해 기준 2005년생)부터 따지면, Z세대의 상당수가 생애주기상 교육에서 노동으로의 이행기에 있거나, 갓 노동시장에 진입했다. 밀레니얼의 끄트머리인 현재 20대 후반 청년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시기 구직난, 실직의 경험은 평생에 걸쳐 경제·정신적 어려움을 야기하는 ‘상흔’(scarring)으로 남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또한 이들은 성인기 진입 전후로 이별과 단절, 질병의 공포를 강도 높게 경험한 세대가 된다. 경제·사회적 위기에 직면한 청년층의 ‘코로나 블루(우울감)’가 심각하다는 보고가 세계 곳곳에서 잇따라 나왔다.

Z세대, 팬데믹에 상처받은 미래

■사라진 일자리

교육에서 노동으로의 이행기
구직난·실직 경험 ‘상흔’ 남아

미국의 11월 실업률은 6.7%였다. 그중 20~24세 실업률은 10.5%였다. 한국의 11월 실업률은 3.4%였는데, 15~29세 실업률은 8.1%에 달했다. 프랑스에선 2020년 3분기 15~24세 실업률이 22%로, 전년 동기 대비 3%포인트 올랐다. 영국에선 2020년 18~24세 실업률이 27%(전년 10.5%)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코로나19 봉쇄령에 청년층의 주요한 노동시장인 서비스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신규 채용은 줄었고, 구직자는 늘어 취업 문턱은 더 높아졌다. 알자지라 방송은 지난 11월10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Z세대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었다”면서 “경영자나 인사 관리자들은 ‘마지막 고용, 첫 해고’의 당사자로 청년들을 선택할 것이다. 이들이 새 일자리를 얻더라도 임금이 낮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 진입기에 겪는 어려움이 개인에게는 평생에 걸쳐 오랜 기간, 결국엔 사회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한다. 미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제연구자인 스테파니 애런슨은 뉴욕타임스에 “젊은층이 생산적인 일자리를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당장 그들과 그 가족에 재정적 손실이자, 나라 전체의 경제성장을 더디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례로, 미국에선 2008~2009년 금융위기 때 노동시장에 진입한 밀레니얼의 10년 후(2019년) 소득이 부모 세대(베이비부머)의 같은 나이 때보다 20%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에선 1990년대 초 경기 불황 속에 많은 청년들이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됐는데, 이들 부모가 고령화하면서 가족 전체가 고립과 빈곤에 처했다. ‘8050(80대 부모, 50대 히키코모리 자녀) 위기’라고 부른다.

영국 싱크탱크인 리솔루션재단은 2020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재 교육을 떠나 노동시장에 들어가려는 젊은층은 코로나19 전염병이 없었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3년 이내 취업할 가능성이 13% 낮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고용사다리의 첫 번째 계단이 파괴된 것이다. 언제, 어느 정도까지 회복될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가치관의 변화

미국 세대 연구기관인 CGK(Center for Generational Kinetics)는 “한 세대가 성인이 될 즈음, 강력한 감정을 이끌어내는 사건은 그 세대를 정의한다”고 했다. 미국의 사례를 보자면 베이비부머(1946~1964년생)에 존 F 케네디 암살 사건(1963년)이, 밀레니얼에 9·11 테러(2001년)가 그랬고, Z세대에는 코로나19가 그렇다. 이런 사건은 사람들의 가치관 및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먼저 팬데믹 이후 젊은층은 향후 투자를 꺼리는 ‘위험 회피’ 경향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제이슨 도시 CGK 대표는 2020년 6월 미 CNBC와 인터뷰하면서 “Z세대의 일부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부모가 집을 잃고 실직하는 것을 목격했다. 그들은 중고거래 시장의 성장을 이끈 세대로, 이미 실용적 경제관을 가진 이들은 (코로나19 이후) 더 검소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 투자회사인 뱅가드가 지난 8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Z세대의 39%는 “코로나19 이후 재정상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에 밀레니얼의 응답률은 35%, X세대(1965~1980년생)는 28%였다.

Z세대는 디지털 모바일 기기가 대중화한 이후 유년·청소년기를 보냈기 때문에 디지털로의 급격한 전환에 대한 충격이 덜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보스턴칼리지의 전략·기술·혁신 연구 부학장인 알렉산더 토미는 알자지라에 “(Z세대는) 원격 학습과 원격 근무 등이 활발해지면 등록금과 주거비 등의 지출 부담을 덜고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면서도 “인적 네트워크 기반을 통해 성장해야 하는 사회 분야로 진출했을 땐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전염병의 확산은 Z세대의 정부 및 정치권, 기성세대에 대한 신뢰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1월17일 “전 세계 젊은층 8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더니 코로나19 대유행은 저임금, 고용시장 침체, 부채 증가 등 청년층의 어려움을 증가시켰고 이는 더 나은 삶을 누리면서 큰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분노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특히 코로나19의 위험성을 무시한 지도자들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한 식당에서 일하는 다닐루 벤투라(30)는 FT에 “대유행 기간에 보건장관이 3명이나 바뀌었다. 세계가 A를 말할 때, 브라질은 Z를 말했다”고 밝혔다. 미 NBC 뉴스 출구조사에 따르면 지난 11월3일 미국 대선에서 18~24세 유권자의 65%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쟁자인 조 바이든 후보를 선택했다.

■위기의 시그널

성인기 진입 시기 덮친 코로나
이별·단절, 강도 높게 경험해
위험 회피·기성세대 불신 경향
정신건강 악화 ‘코로나 블루’

전 세계적으로 청년층의 정신건강에 대한 위험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실직, 구직난, 이별, 단절 그리고 질병에 대한 공포. Z세대가 겪는 심리적 위기는 다양한 곳에서 온다. FT 설문에 응한 미국의 매리 피네건(28)은 “ ‘Zoom 대학’에 다니고 있고, 취업 가능성은 줄었고, 나이든 친·인척을 잃을까 걱정하고, 친구를 만날 수도 없다. 허무주의자가 되기 쉽다”고 말했다.

영국 통계청(ONS)이 지난 11월20~25일 대학생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가을학기 동안 정신건강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학생은 57%였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청년활동지원센터가 지난 10월 서울 거주 19~34세 20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월 이후 한 번이라도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이 26.8%에 달했다. 2년 전 유사한 조사에선 2.7%였다.

일자리·주거·채무 등서 고충
공공정책 통해 타격 완화해야

전문가들은 일자리·주거·채무 등 젊은층의 고충을 공공정책을 통해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 싱크탱크 뉴아메리카재단의 세대 연구자인 리드 크래머는 2020년 5월 CNN에 “코로나19로 타격받은 젊은층이 회복할 수 있도록 학자금 부채 탕감 등 정부의 정책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 국제문제연구소인 채텀하우스 의장인 짐 오닐은 같은 기사에서 “젊은층은 주택에 관한 한 엄청나게 불리하다. 정부의 주택정책 초점이 사회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의 주택 공급에 맞춰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울시 설문조사 연구에 참여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남재욱 부연구위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팬데믹 이후 청년들이 실업, 소득감소 등을 경험하는 상황은 전례 없이 심각하다. 가장 활발히 대면 활동을 할 시기에 단절돼 있는 데다 가족 간 갈등이 증가하는 등 생활환경 변화에서 오는 우울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는 “팬데믹 상황에서는 공공일자리를 포함해서 직업 훈련 등 청년들이 어떻게든 사회와의 연결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심리상담 등은 물론이고, 주거·일자리 등 청년들이 놓인 위기 상황별 패키지 형식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비대면 시대에 걸맞은 정책을 개발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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