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이 쏘아올린 ‘백신 지재권 면제’…독일 반대, EU 고민

김윤나영 기자

메르켈 “지재권 보호는 혁신의 원천”…독일 제약사 새 백신 눈앞

프랑스·이탈리아 등은 찬성…EU 정상들, 7~8일 이견 조율 나서

EU ‘백신 회의’ 장소 앞에서 인도인 추모 국제앰네스티 관계자가 6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인도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7~8일 포르투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고 미국이 제안한 코로나19 백신 특허 면제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포르투 | AP연합뉴스

EU ‘백신 회의’ 장소 앞에서 인도인 추모 국제앰네스티 관계자가 6일(현지시간)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코로나19로 숨진 인도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7~8일 포르투에서 비공식 회의를 열고 미국이 제안한 코로나19 백신 특허 면제 여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포르투 | AP연합뉴스

독일이 코로나19 백신 특허를 일시적으로 면제하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했다. 독일에는 미국 제약업체 화이자와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한 바이오엔테크사가 있는데, 또 다른 독일 제약사 큐어백도 코로나19 백신 출시를 앞두고 있다. 반면 프랑스와 이탈리아, 러시아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제안에 찬성의 뜻을 밝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6일(현지시간) 대변인 명의 성명을 통해 “지식재산권(지재권) 보호는 혁신의 원천으로 미래에도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코로나19 백신 특허를 해제하자는 미국의 제안은 백신 생산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현재 백신 생산을 제약하는 요소는 생산력과 높은 품질 기준이지 특허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재권 개방에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우리는 분명히 백신을 세계적 공공재로 만들어야 한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백신 물량을 풀고, 이후 저소득 국가들과 협력해 백신을 생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지재권이 코로나19 사태를 끝내는 데 걸림돌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호주, 뉴질랜드, 러시아, 터키 등도 특허 면제에 긍정적이다.

독일과 프랑스의 입장이 극명히 갈린 데는 백신 개발의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의 바이오엔테크는 화이자와 공동으로 개발한 백신의 판매 이익을 50 대 50으로 나눠 갖고 있다. 독일 제약사인 큐어백이 조만간 출시할 코로나19 백신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처럼 mRNA 방식인 데다 극초저온 냉동보관이 필요 없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반면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아직 성공하지 못했고, 프랑스 생명공학연구소인 파스퇴르연구소는 지난 1월 1상 임상시험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오자 백신 개발을 포기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7~8일 포르투갈에 모여 백신 지재권을 둘러싼 회원국 간 이견을 조율하기로 했다. 그간 EU는 세계무역기구(WTO)의 특허 면제 논의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전날 특허 면제를 지지한다고 ‘폭탄선언’을 하자 태도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몇주 전만 해도 “특허권 면제를 전혀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미국의 제안에 대해 논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EU의 핵심 회원국인 독일이 정상회의에 앞서 특허 면제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선언한 것이다.

특허 면제 결정을 위해서는 164개 WTO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한 만큼, 공은 유럽으로 넘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재권 면제 지지를 가장 먼저 선언하며 선수를 친 것이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바이든 대통령은 지재권 포기 선언으로 EU가 사랑하는 도덕적 고지를 훔치고, EU를 나쁜 놈처럼 보이게 만들었다”면서 “EU는 자신들이 ‘빅 파머’(초국적 제약사)의 권리를 옹호하는 만화 속 악당 이미지로 비칠까 우려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국들의 백신 물량 싹쓸이를 비판하며 특허 면제에 찬성해온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인도 등 100개국의 눈이 이제 EU의 결정에 쏠리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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