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프간인 2만2000명 대피”…시간이 없다

탈레반 ‘통행 협조’ 약속 받아

이달까지 특별이민비자 후송

실제 안전 보장·날씨 등 변수

카불 공항 간 미군 중부사령관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을 찾은 프랭크 매켄지 미군 중부사령관(왼쪽)이 17일 미국 시민과 아프간 조력자 등을 안전하게 후송하기 위한 작전을 짜고 있다. 카불 | UPI연합뉴스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면서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입장에선 아프간에 남아 있는 미국 및 서방국가 시민들 그리고 아프간인 조력자들의 안전한 후송이 당면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유일한 탈출로인 카불 국제공항이 재가동되고 탈레반으로부터 방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이들을 후송하기엔 변수와 위험이 적지 않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탈레반은 민간인들에게 공항까지 안전한 통행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우리에게 알려왔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이 약속을 지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간인 이송은 이달 말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말은 바이든 대통령이 설정한 아프간 주둔 미군 철수 완료 시점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아프간 현지에 자신이 미국 시민이라고 밝힌 사람들이 약 1만1000명이 있다”면서 미국 시민임을 증명하지 못하거나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공항에 와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시민과 대사관 직원 및 가족뿐 아니라 특별이민비자(SIV) 대상자 및 지원자 그리고 난민 이민 프로그램 지원자, 언론 등에 채용됐던 사람들도 순위를 정해 이송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 국방부는 SIV 신청자와 가족 2만2000명을 대피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SIV를 통해 약 2000명의 아프간인을 미국으로 이주시킨 상태다. 미 합참의 행크 테일러 소장은 “현재 카불 공항을 운항하는 항공기는 시간당 한 대를 검토 중”이라면서 “이 경우 하루 최대 5000~9000명을 실어나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탈레반이 아프간 전역을 장악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이처럼 많은 이들을 이송하는 작전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카불 이외 지역에 있는 이들은 카불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미국과 동맹국에 조력했던 이들이 탈레반 치하가 된 상황에서 자유로운 이동을 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카불에 있는 사람들도 탈레반 검문소를 통과해 공항까지 이동하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날씨의 영향으로 항공기 이착륙이 지장을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안전한 이송을 위해서는 탈레반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미군 지휘부가 카불 공항에서 하루 여러 번 탈레반 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일부 아프간인이 공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검문소 등에서 구타를 당한 사례가 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도 했다. 사키 대변인은 안전한 통행을 보장한다는 탈레반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탈레반 측이 약속을 지키는지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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