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권 인정해? 말아?…미국 ‘유보’, 중국 재빨리 “존중”

박하얀 기자·워싱턴 | 김재중 특파원

2인자 입국…출범 초읽기

미 “탈레반 행동에 달렸다”

러·파키스탄 등도 우호적

서방, 인권·반테러 조건부

얼굴 드러낸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지난 17일 카불 장악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이슬람 율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와 언론의 독립적 활동을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카불 | AP연합뉴스

얼굴 드러낸 탈레반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지난 17일 카불 장악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이슬람 율법의 틀 안에서 여성의 권리와 언론의 독립적 활동을 허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카불 | AP연합뉴스

탈레반 공동 설립자이자 실질적 지도자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아프가니스탄에 입국하는 등 아프간에서 탈레반 정권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세운 나라를 정상국가로 인정할지를 두고 세계 주요 국가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17일 트위터에 바라다르가 탈레반 대표단과 함께 이날 오후 카타르에서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 공항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바라다르의 입국이 탈레반의 새 정부 구성에 대한 발표가 임박한 것을 의미한다며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로부터 정권을 넘겨받는 공식적 행사를 치른 뒤 통치 체제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탈레반을 정상국가로 인정할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탈레반 정부 인정 여부와 관련해 “정부가 설립되지도 않은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과거 행적이 좋지 못했지만 현시점에서 질문에 답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앞서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앞으로 아프간 정부에 관한 우리의 태도는 탈레반의 행동에 달렸다”고 밝혔다.

거리 활보하는 무장 탈레반 대원들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이 18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거리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탈레반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타크하르주에서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탈레반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 카불 | AP연합뉴스

거리 활보하는 무장 탈레반 대원들 무장한 탈레반 대원들이 18일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 거리에서 순찰을 돌고 있다. 탈레반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타크하르주에서 부르카를 입지 않고 외출한 여성이 총에 맞아 숨졌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탈레반에 대한 불신이 커져가고 있다. 카불 |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전화통화를 하고 아프간 사태를 논의했다. 아프간 사태의 국제적 파장을 수습하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공조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다음주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바이든 정부가 지난 15일 카불이 탈레반에 함락된 직후 미국 은행에 예치된 아프간 정부 자금을 동결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자금에 대한 탈레반의 접근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아프간 정부 자금 동결을 향후 탈레반 정부와의 관계 설정 및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지렛대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방국가들은 기본권 보장과 테러세력과의 결별 등을 탈레반 정권 인정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탈레반의 카불 장악 이후, 존슨 총리는 “아무도 성급히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아프간이 과거와 같이 다시 테러의 성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각각 밝힌 바 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는 “탈레반이 전쟁에서 이겼기 때문에 그들과 대화에 나서야 한다”면서도 “여성과 소수자를 포함한 모든 아프간인의 기본권 보장, 테러단체의 아프간 영토 사용 방지 등의 이행이 대화를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탈레반을 새로운 정권으로 인정하며 관계 형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군이 철수한 아프간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이슬람 극단주의 등이 자국에 미칠 악영향을 차단하려는 시도다. 화춘잉(華春瑩) 외교부 대변인은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탈레반을 “아프간의 새 정권”이라고 지칭하면서 “국제 테러세력과 분명하게 선을 긋고,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등 테러세력을 타격해 아프간이 다시 테러극단세력의 집결지가 되는 것을 방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탈레반에 우호적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연일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있는 탈레반에 대해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우리는 현재 그들에게서 긍정적인 신호들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탈레반의 합법 정부 인정과 관련해서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프간 이웃국가인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는 탈레반의 아프간 점령에 대해 “아프간 국민들이 노예의 족쇄를 풀었다”고 환영 입장을 냈다. 이슬람 국가인 방글라데시의 AK 압둘 모멘 외교부 장관도 “탈레반 정부가 자국민에게 지지를 받을 경우 방글라데시와의 문호는 분명히 열려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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