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상

인류, 또다시 실패의 길 걸으려하나

이윤정 기자

오미크론 변이 대항 위한

세계 공동 가이드라인 없이

각국 ‘방역 2라운드’ 돌입

제약사, 새 백신 연구 착수

또 백신만 기다리는 처지

[코로나 비상]인류, 또다시 실패의 길 걸으려하나

코로나19가 세계보건기구(WHO)에 처음 보고된 지 2년(12월31일)을 코앞에 둔 시점에 새 변이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세계가 다시 불확실성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 기원으로 설왕설래를 벌이고, 백신이 개발되자 자국 우선주의에 치중해 온 각국 정부는 다시 ‘방역 제2라운드’에 돌입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공동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지 못한 채 이번에도 ‘각개전투’ 방역 모드에 돌입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과학적 정보가 부족하고 공동의 가이드라인도 없는 상태에서 세계 각국의 방역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당장 많은 나라가 오미크론이 최초 보고된 아프리카 지역에 빗장을 걸어 잠갔지만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은 네덜란드 등에서 해외여행 이력이 없는 오미크론 감염자가 발견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달 24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최초로 오미크론을 보고하기 이전부터 유럽 내에서 오미크론이 유행 중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를 넘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국경을 닫는 나라도 늘고 있다. 이스라엘, 모로코, 일본 등은 국경을 완전히 폐쇄했다. 지난달 30일 기준 여행제한 조치를 발표한 국가는 최소 70개국에 달한다. 하지만 WHO는 “여행제한이 자국 내 변이 발생 보고를 꺼리게 만들고, 역학조사 결과나 바이러스 분석 데이터 공유도 주저하게 할 수 있다”며 국경 봉쇄를 반대하고 있다.

그동안 비교적 느슨한 방역정책을 고수했던 유럽 지역에서도 ‘실내외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방역 고삐를 조이는 정부가 늘고 있다. 독일은 ‘전면 봉쇄’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논의에 돌입했다. 하지만 다시 전면 봉쇄 카드를 꺼내들기에는 경제적 고민이 큰 나라들도 많다. 해외 여행객에 의존해온 동남아시아 국가 등은 전면 봉쇄로 바이러스를 없애기 전에 경제가 파탄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등은 ‘백신 부스터샷(추가접종)’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에도 효과적일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백신이 오미크론에 대해 델타 변이만큼 효과적이지 않을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가 새 변이에 대한 대응책을 두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반면 거대 제약사들은 새로운 백신 수요를 반기는 모습이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세계 주요 제약사들은 오미크론 맞춤형 백신을 수개월 내 내놓겠다며 연구에 돌입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결국 세계 각국이 다시 제약사의 새 백신 개발만을 바라보는 상황이 됐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과학적 연구가 뒤처지는 상황이 각국 방역정책을 뒤뚱거리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약사가 개발한 백신에만 의존해 코로나19에 대한 연구와 정보 공유를 게을리한 각국 정부에 현 사태의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선진국들이 백신 민족주의를 고수한 결과 개발도상국의 백신 접종률이 크게 떨어진 것도 변이 발생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아프리카 등 백신 접종률이 낮은 곳에서 새로운 변이가 발생하고 그 바이러스가 다시 선진국으로 유입되는 악순환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주요 20개국(G20) 회의와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등을 통해 거대 백신 제약사들의 특허를 푸는 지식재산권 면제 문제를 논의했지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G20의 지재권 자발적 면제 권고는 공염불에 불과했다.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팬데믹 초기에 시행된 많은 방역정책들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연구조차 거의 없는 상황”이라면서 “여행제한 등 각국이 내건 정책은 오미크론의 유행 속도를 몇 주 늦추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경제 에디터 래리 엘리엇은 팬데믹 기간 동안 각국 정부가 보여준 방역정책을 한 문장으로 묘사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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