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비상

“해외여행 가려고 표 끊었는데…” “미룬 결혼식, 또 미뤄야 하나…”

조해람·강은·유선희 기자

각국 봉쇄 강화에 발 동동

시민들 모임 취소 늘어나

국내 식당가도 다시 한숨

프랑스가 여행 제한을 푼다는 소식이 들려온 지난 10월 말 김주연씨(28)는 파리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 2년 만의 해외여행에 들떠 갈 곳과 먹을 것까지 모두 정하고 근무일정도 조정했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김씨는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프랑스가 3차 접종자만 식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2차 접종자인 김씨는 갈 곳이 없어졌다. 9박10일을 꽉 채운 예약을 하나씩 취소하며 수수료도 물었지만 “금전적인 문제보다도 실망감과 허탈함이 컸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강해지면서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도 앞길이 불투명해졌다. 특히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어 시민들의 우려가 크다. ‘위드 코로나’ 전환 이후 여행과 행사 등을 계획한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구른다. 간만에 숨통이 트이나 싶었던 자영업자들과 여행업계도 다시 수심이 깊어졌다.

연말 스페인 여행을 계획했다가 모든 예약을 취소한 직장인 유모씨(28)는 1일 “스페인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취소했다”며 “오미크론 변이가 전파력만 강하다는 얘기도 있어서 일단 기다려보려 한다”고 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이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사업차 우즈베키스탄에 나가 있는 강민구씨(28)는 “곧 귀국해야 하는데 입국금지나 격리지침이 강화되고 있고, 예상치 못한 변이 때문에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도 우려된다”고 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결혼식을 3일 앞둔 박선영씨(27)는 “코로나19가 불안하지만 이미 한번 결혼식을 미뤄서 또 미룰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가족들도 결혼식 하기 전에, 또 결혼식 끝나고 고향에 가기 전에 코로나19 검사를 하자는 얘기를 한다”고 했다.

시민들은 약속을 줄이고 있다. 서울 성북구의 한 보건소는 이날 ‘검사량이 폭증해 진단검사 결과 보고가 늦어지고 있다’는 안내를 검진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정만석씨(49)는 “지난달에 ‘위드 코로나’로 방역조치가 완화하면서 예약 손님이 확실히 눈에 띄게 늘었다. 이제 조금 숨통이 트이는구나 했는데, 차라리 기대를 안 했다면 모르겠는데 다시 인원수를 제한한다는 생각만 하면 벌써부터 답답하다”고 했다.

강남구 역삼동의 한 일식집에서 만난 이모씨(70)는 지난 9월부터 생업을 그만두고 아들이 운영하는 일식집에서 일을 돕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12년 동안 운영한 일식집인데, 코로나19로 빚만 수백만원이다. 아들이 혹여 잘못되지 않을까 싶어 제 일을 그만두고 왔다”며 “인원수 제한이 완화되고 영업시간도 연장되면서 빚도 갚고, 조금씩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요즘 변이 바이러스 뉴스만 보면 정말 눈물밖에 안 나온다”고 했다.

김명섭 한국관광협회중앙회 국내분과위원장은 “여행은 심리가 중요한데 변이의 불확실성 때문에 심리가 얼어붙었다. 여행 취소가 문제가 아니라 상담 문의 자체가 아예 없어졌다”며 “위드 코로나 이후 직원들을 출근시킨 회사들도 우왕좌왕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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