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아조우스탈 완전 파괴 계획”···투항 우크라 군인 일부 전범 재판 회부

박효재 기자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있는 아조우스탈 제철소 전경. 마리우폴|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 있는 아조우스탈 제철소 전경. 마리우폴|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 남동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을 점령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 저항의 상징인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완전히 파괴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의 전투중단 결정으로 이 곳에서 저항하던 우크라이나 군인 1700여명이 투항했으며 러시아는 이들 중 일부를 전쟁범죄 재판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점령한 마리우폴 시당국과 동부 친러시아 반군 지역인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은 18일(현지시간)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파괴하고 해당 부지에 산학협동단지와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고 타스통신 등이 전했다. DPR 수장 데니스 푸실린은 마리우폴이 휴양도시로 탈바꿈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이같은 계획은 주요 산업시설을 파괴해 우크라이나의 재탈환 의지를 꺾으려는 의도에서 기획됐다고 지적했다. 마리우폴 시의회에 따르면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유럽 최대 규모의 야금 공장으로 연간 생산량은 철 600만t, 강철 7000t, 압연 금속 450만t에 달한다. 전쟁 전까지 1만명을 고용했으며 연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마리우폴 시의회는 “그들(러시아)은 우크라이나군의 영웅적인 행위에 대한 모든 기록을 지우려 한다”면서 “침략자들은 마리우폴의 복원과 발전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DPR은 마리우폴 전체 건물의 60%가 재건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됐다고 인정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마리우폴의 휴양도시로 전환 계획을 두고 “러시아가 이 지역을 점령하면서 기대했던 가장 중요한 경제적 이익들 일부를 스스로 파괴한 결과”라면서 “상처뿐인 영광”이라고 꼬집었다.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완전 장악하면 2014년 강제병합한 남부 크름반도로 이어지는 통로를 확보하게 되고, 이번 전쟁의 최우선 목표인 돈바스 탈환에 집중할 수 있다. 일부 군사전문가들은 이미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고 러시아군 대부분이 동부 전선으로 떠난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최대 승리라는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본다.

AP통신은 미국 정보당국 첩보를 인용해 일부 러시아 관리들은 마리우폴을 장악한 러시아 군인들의 시민 학대를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군인들이 마리우폴 시 공무원들을 구타하거나 전기고문하고 가옥을 강탈할까 걱정이란 것이다. 이같은 학대는 나치로부터 러시아어 사용 주민들을 해방시키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는 러시아의 주장에 반할 뿐만 아니라 자칫 주민들이 러시아의 점령에 저항하도록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16일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저항하던 우크라이나 군인들에 대한 인도주의 대피가 시작된 이후 19일까지 1730명이 투항했다고 밝혔다.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남아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지역 분리주의 지도자들은 다만 고위 지휘관들은 아무도 투항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투항 군인 중 일부는 러시아나 우크라이나 내 친러 반군 지역 형무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자국 군인들을 러시아가 포로 교환으로 돌려보내주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일부 군인을 전쟁범죄로 재판에 회부하겠다며 위협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제철소에서 빠져나온 우크라이나 군인과 부상자 수백명을 전쟁포로로 등록하는 작업을 17일 시작해 이날까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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