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의 봄’ 튀니지, 독재로 회귀하나…개헌안 국민투표 시작

박용하 기자
25일(현지시간) 튀니지 유권자들이 새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25일(현지시간) 튀니지 유권자들이 새 헌법에 대한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2010년 ‘아랍의 봄’ 혁명이 시작된 북아프리카 튀니지에서 25일(현지시간)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가 시작됐다. 이번 개헌안은 대통령의 권한을 과도하게 강화하는 내용으로, 튀니지가 권위주의나 독재체제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튀니지 선거관리위원회(ISIE)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이 주도한 개헌안의 수용 여부를 가리는 국민투표를 전국 1만1000여개 투표소에서 진행했다. 이번 개헌안은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정부 인사들을 임명하게 하는 등 대통령 권한을 크게 강화시키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튀니지는 그간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절충한 이원집정부제를 운영해왔으나, 개헌안이 국민투표에서 가결되면 사실상 대통령제로 변경될 전망이다.

그간 튀니지 내에서는 이번 개헌안에 대한 우려가 컸다. 대통령에게 의회 해산권을 비롯해 군 통수권과 판사 임명권까지 부여하는 등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까지 모두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임기 5년에 1차례 연임이 가능했으나, 개헌안은 ‘임박한 위험’을 이유로 임기까지 임의로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이러다보니 권위주의나 독재체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개헌안을 둔 논란이 크다보니 의회는 국민투표에 대한 보이콧을 주장했으며, 일반 유권자들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도 튀니스에서는 투표에 앞서 개헌안에 반대하는 야권 주도의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지난 22일 열린 시위에선 경찰과의 충돌 사태가 벌어졌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번 국민투표 낮은 투표율을 예상하고 있으나, 대통령을 지지하고 개헌에 찬성하는 시민들도 있어 투표 결과는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잠정 투표 결과는 27일 발표될 예정이며 최종 결과는 8월28일 발표된다.

튀니지는 앞서 독재자였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전 대통령을 축출한 뒤 아랍권에서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였다. 하지만 민주화 이후 경제 상황이 악화되며 민심은 안정되지 않았다. 이에 헌법학자 출신인 사이에드 대통령은 2019년 당선된 뒤 정당들과 행정부 고위 관리, 판사들을 주된 공격 대상으로 삼았으며 이를 통해 지지층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는 지난해 의회를 해산하고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하기도 했으나, 기존 체제에 반감을 느낀 일부 시민들은 그를 ‘민주주의의 구원자’라 칭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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