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광고 금지, 세금 부과, 대체육 개발…‘식탁 위 온실가스 줄이기’ 어디까지 왔나

박효재 기자
호주 대체육 전문기업 브이투푸드 대체육으로 만든 햄버거. 프레시지 제공

호주 대체육 전문기업 브이투푸드 대체육으로 만든 햄버거. 프레시지 제공

네덜란드 도시 하를렘이 세계 최초로 2024년부터 공공장소에서 육류 광고를 금지한다. 온실가스 증가의 주요 원인인 육류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다. 극심한 기후변화로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이 커지면서 육류세 부과, 대체육 개발 등 다양한 대책들이 제시되고 있다.

AFP통신 등의 6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서쪽에 있는 인구 16만명 규모의 도시 하를렘은 육류를 휴가용 항공기 이용, 화석연료 등과 함께 기후위기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육류 제품은 이 도시를 오가는 버스와 정류장, 공공장소에 설치된 전광판 등에서 광고가 금지된다. 이 조치는 현재 광고 계약이 끝나는 2024년부터 시행된다.

육류 광고 금지안을 발의한 지히 클라제스 녹색좌파당 시의원은 현지매체 인터뷰에서 “기후위기가 있다고 말하면서 이 위기를 유발하는 제품을 사라고 장려할 수는 없다”면서 “이번 조치는 하나의 신호로 전국적으로 채택한다면 아주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집계에 따르면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연간 7.1기가t으로 전체 인공 온실가스 중 14.5%를 차지한다. 특히 소와 양 등 반추동물이 소화 과정의 부산물로 배출하는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대기 중 열을 가두는 효과가 25배나 높다. 첫 대기 배출 이후 20년간 기준으로 지구온난화 효과는 이산화탄소의 80배에 달한다. 가축 수 줄이기는 가장 효과적인 기후대책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 6월 뉴질랜드는 세계 최초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가축이 배출하는 트림에도 세금을 매기겠다고 밝혔다. 당시 뉴질랜드 정부와 농업 부문 대표들이 공동으로 공개한 초안에 따르면 축산농가는 2025년부터 소유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양에 비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초안에는 사료 첨가제를 통해 배출량을 줄이는 농가에 각종 인센티브를 주고, 농장 내 삼림 조성 규모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분을 인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뉴질랜드 남섬 도시 인버카길 인근 농장의 한 방목장에 소 한 마리가 서 있다. AP연합뉴스

뉴질랜드 남섬 도시 인버카길 인근 농장의 한 방목장에 소 한 마리가 서 있다. AP연합뉴스

전 세계적으로 농지의 83%는 가축이 점유하고 있다. 과학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은 자연을 위해 더 많은 땅을 개방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육류와 유제품 소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은 육류 제품 생산에 따른 적정 환경세를 추산하고, 육류 소비가 많은 고소득 국가들에서 최종 육류 제품의 가격을 19~56% 올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리적 소비, 소비자의 선택할 권리 보장 차원에서 대체육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식물성 고기, 식용곤충, 배양육 등 대체육 시장 규모가 2020년 40억달러(약 5조3000억원)에서 740억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재 대체육 시장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식물성 고기인데, 진짜 육류 맛을 내기 위한 기술도 고도화되고 있다. 식물성 고기 대표 기업 중 하나인 미국의 비욘드미트는 코코넛오일을 활용해 고기의 질감과 육즙을 구현한다. 경쟁업체 임파서블푸드는 고기 맛을 내는 핵심 성분인 헤모글로빈 속 헴(hem)을 콩의 뿌리에서 추출해 활용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AT커니에 따르면 2030년부터는 배양육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AT커니는 2040년쯤이면 배양육 시장 규모는 6300억달러까지 늘어 전체 육류소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양육은 실제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를 키워서 만드는 고기다. 이론상으로는 진짜 고기와 같은 대체육 생산이 가능하지만, 현재로선 기술적 한계와 비싼 가격 때문에 상용화 단계에 이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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