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韓銀 총재의 무게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은 현재 5번째의 임기를 수행 중이다. 말 한마디로 미국 경제를 움직인다는 이른바 ‘경제 대통령’의 자리다. 그가 올해 78세라는 점에서 일찍부터 명예퇴직 바람에 시달려야 하는 우리 처지로선 1987년부터 줄곧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 올 수 있는 풍토를 쉽사리 이해하긴 어렵다.

[여적] 韓銀 총재의 무게

우리의 통화정책을 미국 연준과 수평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은행의 흔들리는 금리정책과 뒷북치는 듯한 경기대응 능력을 보면 심란할 뿐이다. 오죽하면 “성장과 물가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고장난 신호등”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할까. 여기에는 박승 총재의 발언도 한몫을 보태고 있다. 경제전망 예측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점쟁이를 모셔오면 해결된다”고까지 말했을 정도라면 그의 발언의 무게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박승 총재의 일관성없는 발언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다고 한다. “체감경기가 개선되고 있다”는 전망에서 불과 두세달 만에 ‘일본식 장기불황’을 걱정했는가 하면, 과소비를 우려하며 내핍론을 강조하더니만 곧바로 “기업과 개인이 돈을 써야 한다”며 소비론을 외쳤던 그다. 우리 중앙은행에서도 그린스펀과 같은 인물이 출현하길 기대하는 것은 경제가 그만큼 어려운 탓일 것이다. 그가 누리는 명예와 권위보다는 본연의 책무를 다하려는 굳은 신념과 의지 때문이다. 적어도 한은 총재의 발언을 걱정하는 풍토만큼은 사라지길 바란다.

〈허영섭 논설위원 gracia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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