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홍원 총리 후보자, 김해 땅 투기의혹 증폭

구교형·김정훈 기자

김해 개발 바람 한창일 때 평당 100만원 고가 매입

“16년 새 2억6천만원 올라”… 작년 매물 내놨다 안 팔려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69)의 경남 김해시 삼정동 대지 매입 경위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앞서 정 후보자는 “퇴임 후 전원주택을 건축해 거주할 목적으로 땅을 매입했다”고 했다.

하지만 매입 당시 김해 일대의 부동산 과열 양상과 시의 개발 계획, 투자규모 등을 고려해볼 때 부동산 투기 의도성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 후보자가 1995년 6월 매입한 김해시 삼정동 648-12번지 땅(대지 면적 466.3㎡)은 시 차원에서 개발 계획이 수립된 곳이었다. 1994년 9월 김해시가 낸 고시를 보면 삼정동 일대는 ‘활천2지구 토지구획 정리사업 계획’에 따라 공원·학교·동사무소·소방서 등 공공시설이 들어올 계획이었다. 그가 땅을 매입하기 두 달 전에는 토지 조합 차원의 구획 정리가 모두 완료된 상태였다. 일반적인 전원주택이 들어서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장소로 보인다.

1980~1990년대 김해시 일대에 개발 붐이 분 점도 주목된다. 1995년은 삼정동에서 불과 3㎞ 떨어진 내외동 일대의 개발이 완료된 때다. 내외동을 비롯해 김해 곳곳이 정부가 지정한 투기우려지역으로 분류됐다가 1992년이 돼서야 조치가 해제됐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당시 내외동 신축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200만원이었다”며 “정 후보자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땅을 3.3㎡에 100만원이라는 대가를 치르면서 사들인 것은 향후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남 하동이 고향인 정 후보자가 김해에 업무상 연고가 없다는 점도 투기 의도성을 뒷받침한다. 정 후보자는 땅을 매입한 시점을 전후로 대전지검 차장검사(1995년 3~9월)와 부산지검 울산지청장(1995년 9월~1996년 7월)을 역임해 공적인 일로 김해를 오갈 일이 없었다.

정 후보자는 매입 경위를 설명하면서 “과거 장인께서 농장을 경영하면서 거주하던 지역”이라고 했다. 그의 부인 최모씨는 1985년 김해군 진영읍 설창리 일대 임야와 논밭을 형제들과 함께 부모로부터 상속받기도 했다. 정 후보자가 이 지역의 개발정보를 처가 측을 통해 입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 후보자는 당시 전 재산의 3분의 1가량인 1억6000여만원을 투자해 이 땅을 매입했다. 같은 해 11월 부산지검 울산지청장 재직 중 그가 신고한 본인과 부인 명의의 재산은 총 4억9000여만원이기 때문이다. 후보자 측 해명대로 ‘여유자금’으로 샀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큰 액수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청문회준비단을 통해 “토지구획사업 완료 이후 분양받았기 때문에 개발정보를 사전에 알고 취득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 후보자는 또 “토지 가격이 1995년 1억6000여만원이었으나 16년이 경과된 지난해에도 2억여원으로 재산가치가 거의 변동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 문의한 결과 지난해 1월을 기준으로 공시지가는 1㎡당 43만원이지만 실거래가는 두 배가량인 90만원에 육박해 삼정동 대지의 매매가는 4억2000여만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정 후보자는 지난해 이 땅을 매물로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악화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인근 주민 5~6명이 텃밭을 가꾸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땅 주인이 건물을 지을까 아니면 다른 사람에게 팔까 망설이다가 최종적으로 팔기로 하고 내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Today`s HOT
올림픽 성화 도착에 환호하는 군중들 러시아 전승절 열병식 이스라엘공관 앞 친팔시위 축하하는 북마케도니아 우파 야당 지지자들
파리 올림픽 보라색 트랙 첫 선! 영양실조에 걸리는 아이티 아이들
폭격 맞은 라파 골란고원에서 훈련하는 이스라엘 예비군들
바다사자가 점령한 샌프란만 브라질 홍수, 대피하는 주민들 토네이도로 파손된 페덱스 시설 디엔비엔푸 전투 70주년 기념식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