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23등도 즐거운 선수는 저뿐이겠죠?”

김창영·밴쿠버 | 김은진 기자

“규혁·강석 오빠한테 큰절 100번은 해야할 걸요”

‘이상화’가 밴쿠버에서 활짝 피었다. 36명 중 23번째로 결승점을 통과했지만 박수소리는 더 컸다.

지난 17일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아시아 여자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딴 이상화(21·한체대). 그가 19일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1000m 레이스를 마치는 순간이었다. 1분18초24로 23위.


<b>굳은살 박인 ‘황금발’</b>  이상화가 19일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레이스를 마친 후 스케이트화를 벗고 있다. 밴쿠버 | 뉴시스

굳은살 박인 ‘황금발’ 이상화가 19일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레이스를 마친 후 스케이트화를 벗고 있다. 밴쿠버 | 뉴시스

그러나 하룻밤 사이에 스타가 된 이상화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선수생활 중 잠시나마 스케이트화를 편안하게 벗을 수 있는 시간이 다가왔다는 생각을 했을까. 경기후 공식 인터뷰에 응한 이상화는 “23등하고도 이토록 즐거워하는 선수는 저밖에 없을 것”이라며 선수를 쳤다.

1000m는 이상화의 주종목이 아니었다. 전문가들도, 팬들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레이스를 지켜봤다. 상위권에 진입한다면 ‘덤’으로 생각했던 터다.

“원래 1000m는 제 종목이 아니어서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는 이상화는 “국제대회에서 제일 잘한 게 7위였다”면서 화끈하게 웃어보였다. “500m 은메달리스트 예니 볼프도 17위, 동메달리스트 왕베이싱도 24위밖에 못했어요.”

이상화는 단꿈에 취하지도 않았고, 더 성숙해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가 성공하기까지 도움을 준 이들을 일일이 거론했다. 이상화는 “경기가 모두 끝났으니 일단 푹 자고 싶다”면서 “집에서 해주는 밥이 생각난다. 집 밥이 짱”이라며 부모에게 감사를 전했다.

메달을 못 따고 대회를 마친 선배 이규혁(서울시청)과 이강석(의정부시청)의 얘기는 물론 감독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상화는 “김관규 감독님은 어릴 때부터 지켜보고 많은 것을 가르쳐 주셨다”면서 “금메달이 그런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규혁 오빠와 강석 오빠의 덕을 정말 많이 봤다”면서 “큰절을 100번 이상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을 함께해온 모태범(21·한체대)과의 ‘열애설’에 대해서는 “너무나 웃긴다”며 넘어갔다. 끼고 있는 반지에 대해서도 “하나는 부모님이 연애하실 때 끼던 반지를 받은 거고, 다른 하나는 대학 1학년 때 운동 잘하라고 아버지가 사주신 거”라며 “커플링이라니요”라고 되물었다.

누리꾼이 달아준 ‘꿀벅지, 금벅지’라는 별명에 대해서는 “정말 웃기더라. 저의 최대 단점인 허벅지를 ‘꿀벅지’라고 불러 주시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그런데 악플도 많더라”고 서운함도 드러냈다.

최고의 스프린터도 선수이기에 앞서 여자였다. 이상화는 “허벅지 사이즈를 잰 적은 없다”면서 “체육과학연구원에서도 재보자고 그랬는데 내가 싫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경기를 모두 마쳤지만 동료선수들 응원과 폐막식 참가 등으로 나머지 선수단과 함께 귀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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