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가습기 살균제 공청회 “피해자가 당신 가족이라면 어떤 심정이겠나”

송윤경 기자

입법 반대 공무원, 의원 추궁에 쩔쩔

“피해자가 (기획재정부) 심의관님 가족이라면 어떤 심정이겠는가.”(새누리당 김상민 의원)

“저희 정부….”(기획재정부 노형욱 사회예산심의관)

“질문한 것에 대답을 해달라.”

“저는 누구보다도 이 가습기 문제로 인해서 피해를 입으신….”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 공청회에서는 입법을 반대하거나 무관심한 고위 공무원들이 여야 의원들의 ‘추궁’에 쩔쩔매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수백명에 이르는 가습기 살균제의 피해자가 당신의 가족이라면 어떻겠느냐’는 질문이었다. 새누리당 김상민 의원의 물음에 기재부 간부는 에둘러 답하려 애썼다.

김 의원이 재차 “사랑하는 아내, 자녀를 더 건강하게 해주려고 (가습기에) 살균제 넣었는데 사망했다. 살아도 일도 하지 못할 정도로 가정이 피폐해졌다. 어떤 마음이겠느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그는 “상당히 애석하고 애절하리라고 생각이 된다”고 답했다. 같은 질문을 받은 환경부의 나정균 보건정책관은 “저도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을 것 같다”는 답을 내놨다.

김 의원이 기재부 노 심의관에게 “국민이 세금 왜 내나”라고 물었다. 잠깐의 침묵 뒤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 국가의 발전에 공동으로 쓰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기재부는 공청회에서 호된 질타도 받았다. 가습기 살균제를 폐질환의 요인으로 지목한 보건복지부의 역학조사·동물실험 조사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 “정부 조사도 못 믿느냐”는 호통이 터진 것이다.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이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구제법에 대한 기재부의 입장이 담긴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서 기재부는 “법률안 전체 수용 곤란”이라는 입장을 표하고 그 이유 중 하나로 “폐질환과 가습기 살균제 간 인과관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라고 명시했다.

이 문건은 올해 5월 중순 기재부가 만들었으며, 앞서 2011년과 2012년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임산부와 영·유아들을 사망하게 만든 “원인미상 폐손상”의 요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한 바 있다. 즉 기재부가 복지부의 조사 결과를 부정한 셈이다.

신계륜 환경노동위원장이 “이런 것 하나가 신뢰를 먹칠하는 것”이라고 지적하자 기재부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후에도 여전히 복지부의 조사 결과에 의문을 표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15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복지부에서는 동물실험만 했지 인체까지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 간 인과성에 대해 실험을) 한 건 아니지 않으냐”고 답했다. 전문가의 검토를 받은 뒤 정리한 입장인지를 묻자 “보통 의학에선 그런 부분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기재부는 역학조사 개념에 대한 이해조차 없는 것이며 제조회사 논리에 이용당하는 모습”이라면서 “흡입독성이 10여년 전 드러난 화학물질로 만든 ‘에어로졸’식 제품이 대량으로 팔리는 동안 정부는 아무 제재도 안 한 책임이 있다. 반성해도 모자랄 판에 ‘알아서 소송하라’는 태도를 보이는 건 적반하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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