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가장 큰 장점. ‘윤석열이 대통령이 아니다.’ 가장 큰 단점. ‘이재명이 대통령이다.’” 박현성씨(23)가 농담처럼 던진 말에 웃음이 터졌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거대 양당 대선후보 두 사람 중 누가 대통령이 돼도 선뜻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제20대 대통령 선거. 선택이 너무 어렵지만 어느 때보다 관심이 많고 중요한 선거라 말하는 20대 3명이 모였다. 경향신문과 정치 플랫폼 섀도우캐비닛이 함께하는 토크 프로젝트 무가당(무(無)+당) 참가자인 이들은 지난 6일 카메라 앞에서 그동안 논의된 다양한 대선 공약을 두고 청년들이 느끼는 아쉬움들을 이야기했다.
먼저 김채원씨(22)는 지난 3일 4명의 대선후보들이 벌인 TV토론이 “만족스러운 토론”이었다고 ‘일곱 글자’로 평가했다. 그동안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공세’가 선거 운동의 주를 이뤘지만, 이번 토론에서는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대선후보들의 신념과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김혜미씨(27)는 “이번 선거를 ‘망한 선거’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관심이 제일 많이 가는 선거인 것도 사실”이라며 “후보들의 행동과 모습으로 볼 수 있는 비언어적인 메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했다. 혜미씨가 “후보들이 공약을 이야기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는지 볼 수 있어 좋았다”고 하자 다른 참가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토론이 너무 적다’고 아쉬워했다.
현성씨는 TV토론에서 ‘RE100’(Renewable Energy 100·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려는 국제적 기업 협약)이나 ‘EU택소노미’(녹색산업 분류체계) 같은 단어가 논란이 된 것에 답답함을 나타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 용어들을 거론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며 ‘어떤 뜻인지 알려주지 않는 게 비매너’라는 태도를 보였다. 현성씨는 “이런 태도는 안 좋다”며 “후보들이 ‘에너지 믹스’(에너지원의 다양화)에 깊은 고민과 산업·수출에 뭐가 도움이 되는지 좀 더 깊은 고민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번 대선에서는 탈모치료 건강보험 확대(이재명), 반려동물 쉼터확대(윤석열) 등의 ‘생활밀착형 공약’도 화제다. 이 후보 측은 이를 ‘소확행 공약’이라고 했고 윤 후보는 ‘심쿵공약’이란 이름을 붙였다. 인터뷰에 나선 이들은 대체로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채원씨는 이런 공약이 “진심없는 새로움”이라고 했다. “새로운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지만, 여전히 ‘대선후보로서 이것만 할 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남아있다”고 했다.
현성씨는 “정치인들이 여태껏 다루지 않은 작은 이슈에 귀기울여준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SNS에 공약의 요지를 한줄만 적어 올리는 식으로 홍보하고 가볍게 소비되는 행태는 문제라고 했다. 그는 “보험회사에서 상세 약관은 보여주지 않고 보험 이름만 가지고 상품을 파는 것과 똑같다”며 “공약이 왜·어떤 식으로 추진 돼야 하고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공약의 기본은 지키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혜미씨는 ‘속빈강정’이라고 표현했다. “정책을 발표하는 방법과 태도로도 후보의 자질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이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태도로 나와 소통할지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또 그는 “정책을 발표하는 형식과 그 내용을 보면 속빈 강정이라는 걸 유권자들도 잘 알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저런 아쉬운 평가에도 결국 대선 투표일까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하는 후보라면 뽑겠다’라는 질문을 마지막으로 던졌다. 혜미씨는 실제 청년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는 대선후보들이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기후위기나 국민연금 개혁 이슈에 대해 이야기 했다. 청년들과 정말 밀접한 이슈이고 앞으로 5년은 이 화두들이 제대로 다뤄져야 할 중요한 시기라는 것이다. 그는 “기후위기와 연금 이슈를 이야기하는 후보라면 뽑겠다”고 했다.
현성씨는 각 후보들의 청년 공약이 “듣기에는 좋다”고 했다. 모든 공약이 이뤄지면 “집도 나오고 돈도 나오고 결혼·출산·취업에도 좋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짜가 아니라는 게 문제”라고 했다. 현성씨 말에 혜미씨는 “앞으로는 세금 공약을 이야기하는 후보를 보고싶은 게 사실”이라고 맞장구 쳤다. 현성씨는 “듣기좋은 말만 하는 게 옳은 정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듣기 싫어도 국가에 필요하다면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그 분을 꼭 뽑아드리겠다”고 말했다.
채원씨의 화두는 ‘빈부격차’였다. 예전 선거 때는 어떤 복지 정책을 펼치겠다거나 빈부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공약이 많이 나왔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모두가 경제 성장을 이야기 하고 그 안에서 생겨난 격차는 언급하지 않는다 느낌을 받는다고 채원씨는 이야기했다. 그는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대화의 장으로 사람들을 끌어내는 것도 대통령의 능력”이라며 “정의로운 일에 대해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후보가 있으면 뽑을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