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기억에 남는 대선 공약이 '일곱 글자'?!

전현진 기자 양다영 PD
[2030 무가당 ②]가장 기억에 남는 대선 공약이 '일곱 글자'?!

“그래도 기억에 남는 대선 공약은?”

김은설씨(22)가 질문하자 최재영씨(24)는 “기억에 남는 건 있다”고 했다. “일곱 글자?” 문효민씨(23)가 곧 되물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만 써 올린 것을 가리킨다.

“그건 정말에 기억에 남네요.” 재영씨의 말에 김서경씨(21)도 “너무 인상적이었다”며 웃었다. 이후에도 윤 후보는 ‘일곱 글자’ 공약을 이어갔다.



지난 달 17일 경향신문과 정치 플랫폼 섀도우캐비닛이 준비한 정치 토크 프로젝트 무가당(무(無)+당) 참가자 4명이 카메라 앞에 섰다. 20대 청년인 이들은 ‘우리를 대변해주는 공약의 부재’에 대해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대선후보들이 젠더이슈, 차별금지법, 기후위기 등 우리에게 필요하고 정말 중요한 주제들을 고민하기보다는 내 편 네 편으로 분열하는 쟁점들만 제시해 결국 ‘갈라치기’한다는 것이다.

효민씨는 “실제 정책적으로 여성가족부의 폐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부서 통폐합 같은 대안을 제시하려고 글을 쓴 게 아니라 그저 갈라치기 좋은 이슈라고 생각해서 일곱 글자만 페이스북에 올린 것이라 이런 건 정말 나쁜 정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 대해선 차별금지법을 요구하는 이들에게 “다했죠?”라고 짧게 반문한 뒤 자리를 떠난 모습을 거론했다. 이후에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는 것인데 결국 편 가르기가 될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내세우거나 아니면 회피해 버린다는 뜻이다.

춘천에서 대학생활 중인 효민씨는 청년의 문제도 서울 중심으로 논의되는 것에 대해 문제 의식을 느꼈다고 했다. 그는 “서울에만 청년이 있는 거 아니다. 부산, 울산, 경남이랑 춘천 등에도 청년이 있다. 전국적으로 청년이 있고 정말 많은 청년이 있다. 이 부분을 꼭 염두해야 지지 정당을 고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효민씨는 “내가 20대 청년이자 여성인 유권자라는 걸 아는 후보한테 투표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나를 대변해 줄 후보 자체가 거대 양당에 없는 것 같아 투표일까지 망설이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시민단체 청소년기후행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서경씨는 더욱 답답함을 느낀다. 서경씨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에 일반시민들이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수준의 상황까지 왔는데 정부가 나서서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어떤 대선 후보도 나서지 않아 실망하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갈라치기’를 위한 이슈들만 쟁점이 되는 걸 보며 “너무 고통스럽다”고 했다.

서경씨는 “대통령은 어쨌든 우리를 대표하는 지도자”라고 했다. 대통령은 개인의 이익보다는 공동체에 더 중요한 문제들을 고민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생활 밀착형 공약이 많이 나오지만 그런 건 안 했으면 좋겠다”며 “(대통령과 대선후보들이) 정치가 대변해야할 우선순위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그 책임에 대해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재영씨는 정의당 당원이지만 이른바 ‘조국 사태’를 겪고 페미니즘에 대한 정의당의 정책에 100% 동의하지 못해 지지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그는 “조국 사태 때 ‘민주당 이중대’로 보여줬던 모습에 조금 많이 실망했고, 페미니즘을 인정하지만 정의당의 방향이 저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재영씨는 “우리 앞에 무엇이 펼쳐지고 무엇이 위기이고 우리가 헤쳐나가야 하는지를 봐야 하는데, (이번 대선에선) 너무 과거에만 치중되어 있다”며 “정말 살아갈 수 있는지, 내 삶이 안전해질 수 있는지, 기후가 안전해질 수 있는지 이런 것들을 좀 고민하는 선거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서 활동한 은설씨는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실망을 국민의힘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아쉬워 했다. 그는 “(당 내부에서) 쟤네(더불어민주당)가 망했으니 우리는 무조건 된다, 너도 한자리하고 너도 한자리하고 하는 식으로 이야기한다”며 “너무 오만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했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20대 여성으로서 먹고 살길도 찾아야 하고 결혼하고 아이도 키우고 싶은데 이런 부분을 제대로 대변해주지 못하니 온전히 정당을 지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은설씨가 이번 대선에 대해 남긴 ‘한 줄 평’은 ‘내 삶을 지켜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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