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만 보고 '깐부 후보' 찾을 수 있다고?

전현진 기자 유명종 PD
[2030 무가당 ④] 공약만 보고 '깐부 후보' 찾을 수 있다고?

“인고의 세월을 지나 온 방랑자여….” 네거티브로 점철된 비호감 선거에 지친 이들이 어딘지 알 수 없는 ‘무가당(무(無)+당) 포구’에 모였다. 이곳에선 인물이 아닌 정책만으로 자신의 행선지를 골라야 한다. 고심해서 고른 정책이 모여 나와 가장 잘 맞는 나라 4곳 중 하나로 가게되는 ‘공약 대항해’다.

지난 6일 각종 의혹과 넘쳐나는 네거티브에 잠시 눈과 귀를 닫고 20대 청년들이 모여 ‘공약만’ 따져봤다. 공약 검토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심상정 정의당, 안철수 국민의당 등 주요 정당 대선 후보의 공약을 바탕으로 경향신문이 자체 개발한 온라인 게임 ‘대선거 시대’를 활용했다. ‘대선거시대’는 1990년대 추억의 게임 ‘대항해시대’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항구 마을에 도착한 주인공이 주민들과 만나 대화하면서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정책을 선택한다. 최종적으로 실제 후보들과 얼마나 잘 맞는지 따져볼 수 있다.

▶바로가기: “당신의 후보를 선택하고, 항해하라” 대선거시대

[2030 무가당 ④] 공약만 보고 '깐부 후보' 찾을 수 있다고?

경향신문과 정치 플랫폼 섀도우캐비닛이 함께 하는 정치 토크 프로젝트 ‘무가당’의 멤버 3명이 게임에 나섰다. 가장 먼저 여관에 도착한 멤버들. 이곳에서는 각종 주거정택에 대해 검토해볼 수 있다. 반값 아파트, 원가주택, 장기공공임대주택, 토지임대부 안심주택. 4개의 선택지가 주어졌다.

박현성씨(23)는 “모두 비슷한 것 같다”면서도 “그나마 청년 비중이 높은 토지임대부 주택을 선택했다”고 했다. 토지임대부 안심주택은 5년 내 250만호 새 주택을 공급하고 이중 100만호는 토지임대부 안심주택으로 지정한다는 공약이다. 이 중 50만호를 청년우선 공급하며 최대한 국공유지를 활용한다는 계획을 골자로 한다.

김채원씨(22)는 “모든 주거정책이 다 좋지만, 이걸 어떻게 해낼 수 있을지, 현실적으로 5년 안에 청년들이 돌려받을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실현 가능성을 얼마나 있는지 정보가 많았으면 좋겠고, 그래서 나라가 제공을 해주는 장기 공공임대주택이 조금 더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김혜미씨(27)는 “다들 공급방식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지금은 ‘내가 과연 집을 살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오히려 세입자들이 안정적으로 주거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햇다.

경향신문이 개발한 온라인 게임 ‘대선거시대’. 기후위기 관련 정책을 살필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샵에서 탈원전 정책을 ‘방패’로 표현한 게임의 장면.

경향신문이 개발한 온라인 게임 ‘대선거시대’. 기후위기 관련 정책을 살필 수 있는 제로웨이스트샵에서 탈원전 정책을 ‘방패’로 표현한 게임의 장면.

이들이 향한 다음 행선지는 제로웨이스트샵이다. 제로웨이스트샵은 ‘기후위기에 진심인 점장’이 운영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판매하는 망토는 ‘탄소세도 기본소득도 합니다’, ‘기업 부담은 누가 챙기나’ ‘탄소세법 발의 내가 1등’ ‘이과 출신 나밖에 없음’ 등 네 가지다. 4명의 주요 대선 후보들이 탄소세 관련 정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나타낸다.

현성씨는 “탄소세와 기본 소득은 사실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고, 탄소세가 기업 부담이 될 수 있다면 탄소세를 왜 하나? 정치인의 말만으로 기술발전이 다 됐다면 명왕성에도 사람이 살 수 있을 것”이라며 “탄소세를 법으로 도입하셨다는 분이 좀 믿음이 간다”고 했다.

채원씨는 “탄소세로 환경이 깨끗해지고 기후위기로부터 벗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기업에 부담이 되는 정책”이라며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정책을 선택할 것”이라고 했다.

혜미씨는 “열악한 주거 환경에 사는 사람들은 날씨(기후)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런 부분은 강조되지 않고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업들만 등장한다”며 “그동안 탄소를 배출한 기업들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만 가고 있어 불평등을 완화할 목소리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제로웨이스트샵에서는 ‘방패’도 판다. ‘탈원전 말고 감원전’ ‘탈원전 백지화’ ‘핵발전은 파멸’ ‘탈원전은 원시시대의 사고’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요 후보들이 탈원전 정책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상징한다.

현성씨는 탈원전 정책을 놓고는 ‘화장실’에 비유했다. “저준위 방폐장(방사성 폐기물 처분시설) 짓는데도 오래 걸렸는데 고준위 방폐장은 시작도 안 했다”고 했다. 이어 “요강이 꽉 찼는데 화장실을 지을 생각도 안 하고 똥을 하루에 한 번에서 세 번까지 싸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최대한 안 싸는 게 맞지 않나라는 생각이든다”고 했다. 채원씨는 “원전은 당연히 없어져야 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나라가 원전 기술이 높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오히려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며 “최근에 들은 정보들이 더 와 닿아 ‘탈원전 말고 감원전’을 선택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중앙광장에서 ‘염색이 꽤 잘 나온 시민’과 만난다.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정책을 소개해주는 곳이다. ‘사회적 합의가 먼저야’ ‘개인 자유가 침해되면 안 돼’ ‘차별 금지에 합의가 필요해?’ ‘지금 논의해보자’ 등 4개의 선택지가 있다.

현성씨는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면 안 된다’는 선택지를 두고 “제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차별할 자유를 원하는 건지, 그게 자유에 들어가는 건지 진짜 잘 모르겠네요. 범죄를 처벌하는 데 합의가 필요한지….” 혜미씨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미 오랜 시간 해왔다고 했다. “13년 이상 합의하면서 법을 만드는 게 과연 있는지…. 매년 왜 이 법만 계속 합의해야 되고 언제까지 합의를 해야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책만으로 지지 후보를 찾아가는 이들의 여정은 계속됐다. 마을 곳곳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 성폭력 범죄에 대한 무고죄 신설 여부, 대북정책, 미·중 양강 외교, 수감된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에 대한 특검 도입 등 방안, 근로 시간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대한 입장 등 각종 정책을 살피고 선택했다.

이들은 후보들의 공약을 게임으로 살펴본 것이 “일단 재밌었고, 공약들을 이렇게 보니까 조금 더 친근하게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자신이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던 주제와 그렇지 않았던 정책들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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