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동안 하루에 하나씩 버린다면?”…<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임지선 기자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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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주] “한달동안 하루에 하나씩 버린다면?”…<미니멀리즘,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어느 날 문득 거실에 있는데 집 안의 모든 물건들이 나를 짓누르는 것 같은 느낌을 느껴보신 적 있으신가요. 도대체 무엇을 이렇게 많이 샀을까요. 이 물건들은 다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는 ‘대청소’한다는 명목으로 물건들을 한번씩 버립니다. 그런데 돌아보면 또 어느샌가 ‘그 물건들’이 우리집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게 ‘미니멀리즘’입니다. ‘미니멀리즘’ 하면 일단 ‘버리기’라는 말이 먼저 떠오릅니다. 집안 정리를 하면서 달라진 모습을 비교해서 보여주는 TV 예능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기도 했습니다. ‘미니멀리즘’은 집안을 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인테리어용’ 단어로만 알았습니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미니멀리즘 : 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은 인테리어 차원에서 ‘버리라’는 미니멀리즘 보다 한발 더 나아갑니다.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는 우리와 ‘똑같이’ 소비를 즐기며 살던 인생이었습니다.

미국에서 성공과 출세를 향해 달려가던 조슈아는 어머니가 혼자 살다가 죽음을 맞이한 방안으로 들어갑니다. 수집광이 아니었는데도 어머니는 엄청난 물건들을 쌓아두고 살았습니다. 조슈아는 자신이 초등학교 시절 받아온 종이 등 어린 시절 물건이 담긴 박스를 발견합니다. 추억 속 물건들은 20년 동안 테이프로 봉인돼 박스 안에 있었습니다. 조슈아는 20년 동안 한번도 뜯겨지지 않고 테이프로 감긴 박스를 보며 깨닫습니다. 추억은 물건에 담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요.

이때부터 조슈아는 하루에 하나씩 물건을 버립니다. 30일 동안 30가지 이상의 물건을 버렸습니다. ‘이 물건이 내 인생에 가치가 있을까’ 묻습니다. 가치를 생각하면서 버리고 물건을 사더라도 가치를 생각하는 것이지요.

미니멀리즘 이후 자유로워졌다는 조슈아를 보고 친구 라이언도 자극을 받습니다. 라이언은 더 재미난 방식으로 물건을 정리합니다. 조슈아처럼 하나씩 버리는 대신 아예 집안의 모든 물건을 박스에 다 담았습니다. 당장 이사가는 것처럼요. 그리고 21일 동안 필요한 물건이 생길 때마다 박스에서 꺼내 썼습니다. 한달이 지나서 봤더니 박스의 20%만 꺼내서 썼답니다. 가지고 있는 물건의 80%는 사실 필요가 없다는 의미죠.

이들은 말합니다. 월급과 쇼핑만 바라보는 인생에서는 텅 빈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라고. 이들은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 물건들 중에 내 삶에 가치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자고 합니다.

우리가 포털창에 무언가를 검색하는 순간, ‘너는 지금 이 물건이 필요해’라며 아주 타이밍 적절하게 끼어드는 광고가 쏟아집니다. ‘당장 사야하고 당장 필요할 것만 같은 기분’에 자각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결제 버튼을 누르는 시대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지문 인증, 또는 6자리 비밀번호만 누르면 결제가 빠르게 이뤄집니다. 이름에 걸맞게 ‘로켓’ ‘새벽’ 배송으로 물건은 하루 이틀만에 집 앞에 도착해 있습니다.

조슈아와 라이언은 습관처럼 간편하고 편리하게 물건을 사는 ‘쇼핑’도 멈춰야 비로소 진정한 미니멀리즘에 도달한다고 말합니다. 적게 소유하고 내 자신에 집중하라는 겁니다. 물건과 소비를 통해 공허함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미니멀리즘은 그저 한번의 ‘대청소’로 끝날 뿐입니다.

다큐에선 조슈아와 라이언 뿐 아니라 소비의 시대에 살던 사람들이 적게 소유하고 적게 소비하며 살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여러 사람들의 인터뷰를 함께 보여줍니다. 러닝타임은 53분짜리이지만 여러 인터뷰가 빠르게 편집되어 나옵니다. 두 주인공의 이야기도 영화처럼 재연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한번쯤 생각’ 지수 **** / 쇼핑을 해도해도 공허한 당신이라면

‘노 부담’ 지수 *** / 53분 러닝타임, 다큐지만 빠른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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