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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은 감염병을 예방할 수 없다

다음달 10일 헌법재판소에서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 금지 조항과 제25조 처벌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해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수많은 감염병 중에서도 유독 HIV/AIDS의 경우에만 존재하는 이 처벌 조항을 보며 지난 2년간 코로나19를 통해 얻은 교훈을 떠올리게 된다.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현재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를 통해 시민들은 이전에 비해 감염병에 대한 지식을 많이 얻었다. 이제는 바이러스성 감염병이 어떤 방식으로 전파되는지, 감염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들이 필요한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을 것이다.

지난해 5월 중앙사고수습본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서는 스스로 방역수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78.1%)이 가장 중요하고, 우리 사회를 위한 공동체 의식(65.2%)이 다음으로 중요하다고 시민들은 답했다. 이에 비해 방역수칙 위반을 제대로 처벌하는 정부의 대응이 중요하다는 응답은 24.4%에 불과했다.

처벌보다는 각자의 실천과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집단 감염이 발생한 특정 집단, 직업, 지역 등에 대한 낙인과 차별이 방역에 해가 된다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감염병에 걸린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낙인찍고 차별과 배제를 할수록 공중보건에 오히려 해가 된다는 과학적 사실을 각자의 체험을 통해 학습한 결과이기도 하다.

형사처벌은 감염병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다. 이는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도 꾸준히 지적해 온 사항이기도 하다. 유엔 산하의 HIV/AIDS 대응기구인 유엔에이즈는 2020년 4월 ‘HIV의 교훈을 통해 본 코로나 시대의 권리’라는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형법을 남용하는 것은 바이러스를 지닌 사람을 낙인화하고, 검사받는 동기를 감소시키며, 정부와 커뮤니티 간의 신뢰를 파괴한다. 바이러스 전파를 늦추기 위해 형법을 사용하지 말라. 사람들과 지역사회로 하여금 자신과 타인을 지킬 수 있도록 격려, 독려하는 것이 전체적으로 더 나은 효과를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까지 형법을 이용해 바이러스 전파를 막으려는, 무의미하고 오히려 해로운 시도들을 보고 있다. 앞서 말한 전파매개행위 금지 조항이다. 이 조항은 감염인이 혈액 또는 체액을 통해 전파매개행위를 하는 것을 금지한다. 그리고 이를 위반하면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있다. 여기서 체액이 무엇인지, 전파매개행위는 어떤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1988년 AIDS에 대한 무지와 공포가 만연할 때 충분한 검토 없이 제정된 이 조항은 이후 30여년 동안 HIV 감염인에게 낙인을 찍고 오히려 HIV/AIDS의 전파 방지와 예방을 가로막아 왔다.

실제 다른 사람에게 전파가 이루어졌는지를 따지지 않고 오로지 징역형만을 가하는 이 조항하에서는 검사와 진단을 회피하여 본인의 감염 여부를 모르고 있는 것이 오히려 수사와 처벌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조기검진을 통해 예방, 치료를 독려한다는 방역의 가장 중요한 원칙을 훼손시킨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정말 어떨지는 아직도 논의가 이어지지만 분명한 것은 감염병에 대한 대응은 코로나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낙인과 공포, 처벌과 배제가 아닌 존엄과 다양성이 보장되는 공동체만이 감염병을 예방, 치료하고 모두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다.

유엔에이즈가 HIV의 교훈으로부터 코로나 시대의 권리를 이야기했듯 코로나가 가져온 교훈이 HIV/AIDS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대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길 바란다. 공개변론을 통한 헌법재판소의 엄정한 심리와 전향적 결정을 촉구한다.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 제19조 전파매개행위 금지 조항은 위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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