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강력 한파에 귀경길 차질…제주에 4만여명 발묶여

24일 제주공항 한 항공사 데스크 앞에 항공권 예약 변경을 위한 긴줄이 형성됐다. 박미라 기자 사진 크게보기

24일 제주공항 한 항공사 데스크 앞에 항공권 예약 변경을 위한 긴줄이 형성됐다. 박미라 기자

“그동안 코로나19 때문에 자주 못 왔던 고향을 오랜만에 찾아 즐거웠는데 돌아가는 항공기가 모두 결항이라 난감하네요. 우선 회사에는 내일 출근할 수 없다고 전화했어요. 문제는 현재 예약 가능한 날이 28일부터라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24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3층 출발 대합실에서 만난 이모씨(28)는 설 연휴를 맞아 고향을 찾았다가 이날 항공기 결항으로 발이 묶였다. 한 저비용 항공사 데스크 앞에서 만난 50대 관광객 A씨는 “일 때문에 무조건 25일에는 대구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어제 저녁부터 오늘 새벽까지 수차례 공항을 오가면서 알아보고 있는데, 예약할 수 있는 표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만난 귀경객과 관광객 대부분은 날씨 예보를 들었지만 전편이 결항할 줄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제주공항에는 항공권 일정을 변경하거나 대기표를 구하려는 이들로 붐볐다. 공항에서 예약 변경을 받는 일부 항공사 데스크 앞에는 수십미터에 걸쳐 긴 줄이 형성됐다. 항공사와 전화 연결이 안돼 답답한 마음에 직접 공항을 찾은 이들도 있었다.

설 연휴 마지막 날 전국적으로 한파가 몰아치면서 고향을 찾았던 이들의 귀경길에 큰 불편이 이어졌다. 특히 제주는 강풍과 폭설로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막히면서 귀경객과 관광객 4만여명의 발이 묶였다.

한국공항공사 제주공항은 이날 제주를 오가는 출·도착 항공편 476편이 모두 결항 됐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이날 제주 출발 항공기를 예약한 승객 3만5000~4만명이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날 제주 전역에는 대설·한파·강풍특보가, 제주공항에는 강풍·급변풍 특보가 발효됐다.

향후 항공기 운항 계획과 관련해 제주공항 관계자는 “귀경객 수송을 위해 25일 국내선 임시편 38편(출발 21편, 도착 17편)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제주에서 출발하는 운항 노선은 김포행이 16편으로 가장 많고 인천 2편, 부산 2편, 대구 1편 등이다.

다만 일부 귀경객과 관광객은 설 연휴 전 발표된 한파 날씨 예보에 전날인 23일, 설 명절 당일인 22일 저녁 일찍 귀경을 선택하기도 했다. 고모씨(44·제주 제주시)는 “한파 예보가 계속 나오다보니 육지에서 내려온 친구들 모두 전날인 23일 서둘러 떠나 얼굴도 못봤다”면서 “날씨 때문에 막판에 설 연휴 제주 내려오는 것을 포기한 친구도 있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에 있는 시댁에 방문했던 조모씨(44·서울)도 당초 귀경일을 24일에서 하루 앞당겨 지난 23일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한파 예고 뉴스를 보고 남편과 양가 방문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일찍 올라왔다”며 “만일 예정대로 귀경했으면 도로가 미끄러워 어떻게 운전을 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고 말했다.

반면 김모씨(40·경남 거제시)는 전남 담양에서 이날 오전 10시쯤 출발했다가 꽁꽁 언 도로 상황 등으로 애를 먹었다. 그는 “평소 2시간 30분이면 오가는 거리를 5시간이 넘게 걸려서 간신히 거제에 도착했다”며 “많은 눈이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보고도 안일하게 생각했던게 너무 후회가 된다”고 밝혔다.

24일 항공기 결항을 알리고 있는 제주공항 내 항공기 운항 현황판. 박미라 기자 사진 크게보기

24일 항공기 결항을 알리고 있는 제주공항 내 항공기 운항 현황판. 박미라 기자

풍랑 경보가 발효되면서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8개 항로 여객선 10척과 마라도·가파도 여객선, 우도 도항선의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전국적으로 몰아친 강풍과 한파로 다른 지역의 바닷길과 하늘길도 차질을 빚었다. 이날 전남에서는 목포·여수·완도· 고흥 등 여객선 터미널의 52개 항로 여객선 81척이 모두 운항을 멈췄다. 전북에서는 군산과 어청도 등을 오가는 4개 항로 5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이 때문에 설 연휴를 맞아 섬에서 나오거나 섬으로 들어가려는 승객들은 풍량경보가 해제돼 여객선 운항이 재개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인천항에서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해 섬을 잇는 12개 항로의 여객선 운항도 모두 통제됐다. 이날 여객선과 도선을 이용해 인천과 섬 지역을 오갈 예정이던 3500여명의 발이 묶였다.

이날 한파와 강풍으로 한라산·월출산·무등산 등 6개 국립공원, 137개 탐방로의 출입이 통제됐다. 도로가 빙판길로 변하면서 제주에서는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산간도로인 1100도로와 5·16도로가, 전북은 무주 덕지~삼거와 남원 지리산 정령치를 지나는 3개 노선 192km 등 도로 7곳이 통제됐다.

한반도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를 덮친 이번 한파는 한반도 북서쪽 상공에 머물고 있던 영하 50도 이하의 찬 공기가 남하했기 때문이다. 시베리아 상공에서 기압계가 정체되는 ‘블로킹’ 현상으로 막혀 있던 기류가 북서풍을 타고 중국에 유입되면서 한파를 몰고 왔고, 이어 한반도를 통과해 일본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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