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1만명 ‘페미니즘 사상검증’ 논란 넥슨에 의견서 전달…“당장의 이득을 위해 억지논란에 굴복”

윤기은 기자
지난달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넥슨코리아 입구 앞에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정효진 기자

지난달 28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넥슨코리아 입구 앞에 시민들이 보낸 근조화환이 놓여 있다. 정효진 기자

약 1만명의 시민들이 ‘집게손가락’ 논란 대응과 관련해 넥슨 측에 항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넥슨의 페미니즘 사상검증에 항의하는 의견 9429개가 적힌 문서를 이정헌 넥슨 대표이사 앞으로 지난 13일 등기 발송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들은 의견서에서 ‘억지 논란’으로 넥슨이 여성 노동자를 퇴출하려 한 점은 ‘노동권 침해’라고 지적했다. “당장의 이득을 위해 억지논란에 굴복하는 모습은 참으로 부끄러운 기업의 모습” “손모양을 억지로 혐오 상징 취급하여 노동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이 더는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 이는 몹시 저열하고 악의적인 괴롭힘” “(입장을) 철회할 때까지 불매하겠다” 등 의견이 적혔다.

넥슨이 혐오 콘텐츠를 방치해왔다는 지적도 있었다. A씨는 “운영진 살해 협박, 성희롱 문제에는 아무런 대응도 없이 가만히 있다가 이번 논란에만 신속하게 대처하다니”라며 “왜 이번 사태 때는 이렇게 발 빠르게 움직였는지, 여성 노동자가 우습게 보였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2016년 넥슨 게임 <클로저스> 성우가 페미니스트로 낙인찍혀 해고당한 사건이 일어난 이후에도 ‘마녀사냥’이 멈추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클로저스 사태 당시 넥슨과 일부 네티즌을 비판하다 모든 중계에서 하차당했다는 전 게임캐스터 B씨는 “6년 넘게 사이버 괴롭힘에 시달렸다”며 “이런 말도 안 되는 짓에 엄정히 대처해야 할 게임업계는 오히려 창작자의 커리어를 붕괴시키고, 노동권을 침해하고, 괴롭힘을 방치하고 있다. 이 흐름이 앞으로도 이어질 거란 생각에 괴롭고 슬프다”고 했다.

C씨는 “클로저스 사태 때 넥슨은 첫 대응 단추를 잘못 끼워 인셀(비자발적 독신주의자)의 놀이터로 게임계를 전락시키며 업계 전체를 망쳤고, 지금도 그 선봉에 서 있다”면서 “넥슨은 이 사태에 명백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게임 업계에서 일하고 있거나, 일하기를 희망하는 이들의 우려도 담겼다. D씨는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힘이 빠지는 소식이었다”며 “타인이 꿈꾸던 앞날을 짓밟지 말아달라”고 적었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등기 우편은 이날 오전 도착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넥슨 측의 답은 듣지 못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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