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방향성은 옳다”
문제는 양당 지도부의 ‘오용’
‘강성’ 문제 해결 위해서라도
당원 권한 강화·범위 확장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모두 22대 공천에서 ‘시스템 공천’을 했다고 자평했다. 이 과정에서 ‘당원들의 선택’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정치학자들은 당원 중심의 공천은 책임정치 실현을 위한 방향이라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공천 과정에서 당원들은 오히려 배제됐다고 지적한다. 당원들이 지도부 공천권 행사의 명분으로 이용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당원 중심 공천이 잘못은 아니다
정치학자들은 당원 중심 공천이 책임정치를 위해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21일 통화에서 “공천 과정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포함되는 게 더 민주적인 것으로 이해하는 분들이 많지만 책임 정당 정치라는 관점에서 보면 해당 지역의 당원들이 공천 발언권이 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당원들이 100%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그 책임도 당원들이 지게 되면 책임 소재가 분명해져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일반 국민과 당원 반반씩 후보를 정했다고 하면 낙선한 뒤에 누구 탓을 하겠느냐”며 “당원 100%로 뽑았으면 ‘우리가 잘못 뽑았다’든지 놓친 부분에 대한 고민들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원을 명분용으로만 쓰는 게 문제
정치학자들의 판단은 정당의 자체 평가와는 달랐다. 조 교수는 “우리나라 정당들은 말로는 시스템 공천이라고 하지만 갑자기 (특정 후보가) 공천이 되고, 지역구를 갑자기 옮기기 때문에 당 대표, 비대위원장, 용산이 실권을 휘두르는 것 같고, 명분으로 당원을 내세우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선거 얼마 안 앞두고 지역 연고도 없는 사람을 보내는 것은 ‘당원이 뽑았다’라고 정당화할 수 없는 명분용”이라며 “지역의 국회의원 후보는 밑에서부터, 하부 단위에서 공모를 받고 밑에서 올라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민주당에선 박용진 의원이 현역이었던 서울 강북을 지역과 서울 도봉갑(안귀령 후보)을 대표적 문제 사례로 들었다. 서울 강북을은 세 차례 경선을 했고, 마지막 경선에선 전국 당원 투표가 실시됐다. 서울 강북을과 도봉갑은 외부에서 후보가 왔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해 “특정 지역에 전국 당원들이 몰려와서 조사를 했다. 투표권이 있는 사람들을 위주로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그 스코어도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국민의힘에선 ‘낙동강 벨트’ 중진 재배치 사례를 들었다. 국민의힘은 서병수 의원(부산 진구갑)을 부산 북강서갑으로, 김태호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을 경남 양산을로, 조해진 의원(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을 경남 김해을로 각각 재배치했다. 박 교수는 “국회의원 선거는 전국 선거이기도 하지만 지역에 대한 선거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강성 당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당원 중심 공천에서 제기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강성당원을 어떻게 할 것이냐다. 조성복 독일정치연구소장은 100% 지역 당원에게 공천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구에서 당원들의 뜻으로 (공직) 후보를 뽑을 수 있게 제도적으로, 시스템적으로 만들어야 되는데 항상 선거 때가 되면은 공심위(공천심의위원회)나 공관위(공천관리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어 당 지도부에서 관여를 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원론적으로는 당 차원의 선거관리위원회만 있으면 된다고 봤다. 그는 “예를 들어 강서구 후보를 뽑는다고 하면 지역의 당원들이 모여서 비밀 투표를 하면 된다”며 “당원들이 너무 많으면 동별로 대표자를 선출해서 그 대표자들이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당원의 범위를 넓히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는 “미국에선 유권자 등록을 할 때 당원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을 디클레어(선언)한다. 당비를 내는 민주당원이라는 게 아니라 ‘그 정당을 평소에 지지한다’ 정도의 표시를 하게 돼 있다”며 “주마다 다르지만 이렇게 입장을 밝힌 뒤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한번만 입장을 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범위는 우리나라보다 일반 국민에 가깝고, 역선택 투표도 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