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지나도…노동자들 얼굴엔 ‘구슬픈 빗물’

김종목 기자
[토요일의 문장]110년 지나도…노동자들 얼굴엔 ‘구슬픈 빗물’
“교대를 마치고 돌아가는 느린 걸음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피곤한지/ 얼마나 일이 고되고 하루가 얼마나 길었는지 알 수 있다// 녹초가 되어 활기 없는 사람들, 무거운 발걸음-/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 수심 가득한 멍한 얼굴/ 송장 같은 눈에는/ 빛이 죽어 있다”

<꽃을 피우는 사과나무에 대한 감격>(공진호 옮김·아티초크) 중.


베르톨트 브레히트 시 선집 중 ‘노동자들’이란 제목의 시 일부다. 브레히트는 “뼈가 부스러지도록/ 회색 돌더미 속에서 기계처럼” 일하고도 “휴식은 없고/ 해가 바뀌어도 끊임없는 힘든 일”만 기다리고, “푸른 하늘을 기쁜 마음으로 쳐다보지도” 못하는 노동자들을 그린다.

“노예 같은 삶의 족쇄를 벗어던지는 투쟁을 벌이게 되지 않을까?” 아니, ‘노동자들’은 가족을 떠올리며 “세상을 향해 욕설을 퍼부으려 하다가도 그만두고” 다시 온종일 노동에 나선다. 브레히트는 비를 맞으며 헛간 같은 집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노동자들의 얼굴에 밴 “구슬픈 빗물”을 확인한다.

브레히트는 이 시를 열다섯 살 때인 1913년 지었다. 어리나 조숙했던 시인이 110년 전 목격한 독일 노동자들의 현실에 지금 한국 비정규 저임금 노동자들이 겹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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