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원 규모 ‘경제회복’ 공약 속속…재원 방안은 미흡

안광호·반기웅·이창준 기자

경제

차기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는 ‘경제 정상화’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가라앉은 민생경제를 회복시키고, 심화하는 양극화를 해결해야 할 필요가 커졌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성장궤도 회복, 미래 먹거리에 대한 명확한 비전도 새롭게 정의해야 할 시점이다.

주요 대선 후보들의 경제회복 공약을 보면 공통적으로 ‘정부가 판을 깔아주고 민간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틀을 유지하고 있다. 가용 재원을 총동원해 코로나19 피해 계층을 적극 지원하고, 디지털과 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를 키워 일자리와 복지를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력 세계 5위(G5)·국민소득 5만달러·코스피 5000 시대’(5·5·5 공약)를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민간 주도로 맞춤형 일자리를 늘려 2%대 수준인 잠재성장률을 4%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재생에너지 발전, 전기차 산업 등 녹색성장의 그린노믹스를 통한 일자리 150만개 창출을 약속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5가지 초격차 과학기술을 집중 지원해 삼성전자급 글로벌 대기업을 5개 만들어 5대 경제강국에 진입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이 ‘기본 시리즈’ 윤 ‘규제 완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해 11월19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방문해 자율주행차 ‘오토비’에 시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해 11월19일 대전 유성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방문해 자율주행차 ‘오토비’에 시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5·5·5 공약’ 내걸며 공정 성장 강조…‘포용적 금융’ 제시
국내 산업 선도 분야 10곳 집중 투자…“대선 후 50조 추경”

이재명·윤석열 후보는 모두 ‘공정한 성장’을 강조한다. 이 후보의 ‘전환적 공정성장’은 정부가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해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공정한 사회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내용이다. 정부의 역할은 인프라 투자와 규제 합리화 등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청년, 농어민, 문화예술인 등 기본소득 연 100만원 지급과 국토보유세(토지이익배당금제) 신설 등이 이러한 맥락에서 제시됐다. 우주 및 인공지능(AI) 산업 등과 같이 불확실성이 커 민간의 투자와 참여가 쉽지 않은 국가적 과제는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는 구상이다.

일자리 창출 역시 후보들의 주요 공약이다. 이 후보는 “디지털 분야의 대전환을 위한 인프라 조성에 135조원(국비·지방비·민간자금)을 투입해 300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코로나19 이후 재난지원금의 보편·선별 지급 등을 놓고 대립해온 기획재정부의 예산 기능을 따로 떼어내 청와대 직할로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각에선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가 심화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앞줄 오른쪽)가 지난해 11월30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2차전지 생산기업 클레버를 방문해 회사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앞줄 오른쪽)가 지난해 11월30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2차전지 생산기업 클레버를 방문해 회사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민간 주도 맞춤형 일자리 늘려 잠재성장률 4%로 높일 구상
소상공인에 ‘초저금리 특례보증’…디지털 플랫폼 정부 천명

윤 후보의 ‘공정 혁신경제’는 민간 부문의 창의력과 시장의 효율성을 이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복지를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여기에 저성장과 저출생, 양극화에 적극 대응해 잠재성장률을 현재의 2%대에서 4%로 끌어올리고, 일자리 창출 능력을 2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국 잠재성장률은 2001~2005년 5.0~5.2% 수준에서 2019~2020년 2.5~2.6%로 하락했다.

윤 후보는 민간이 자유롭게 경쟁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공정한 경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을 정부의 역할로 보고 있다. ‘시장친화적 국가주도’를 강조하는 이 후보와 용어만 다를 뿐 변화는 결국 민간이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다만 이 후보는 기본소득 지급과 같은 정부의 역할이 강조된 반면, 윤 후보는 규제 완화와 (일괄적인 복지가 아닌) 맞춤형 복지에 무게를 뒀다. 기업 상속세 완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투자 위축 우려 등과 같은 언급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발언으로 해석된다.

심 후보의 ‘그린노믹스’는 경제의 시스템과 철학을 바꾸고 기술과 노동, 시장과 사회, 인간과 지구가 공존하는 ‘신질서’를 지향한다. 심 후보는 “사회 대전환은 결국 정부가 주도해야 하는데 과거처럼 ‘정부가 주도’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시장의 변화에 기초와 인프라를 깔아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했다. 심 후보는 “그린노믹스 실현을 위해 2030년까지 500조원 규모의 녹색공공투자를 단행하고 15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의 ‘5·5·5 전략’은 과학기술 중심국가로 탈바꿈해 세계 5대 경제강국으로 진입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후보 본인이 과학기술자이자 기업가 출신인 만큼 이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육성 분야는 디스플레이, 2차전지, 원전, 수소산업, 바이오산업, 콘텐츠산업 등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부총리와 청와대 과학기술수석비서관을 신설하고 100만 연구원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R&D) 관리 시스템 개선, 규제 철폐도 약속했다. 특히 신산업 분야에선 금지한 내용 외에는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적용을 강조하며 국무총리 산하 규제혁신처를 꾸릴 계획이다.

■저금리 대출 지원, 심 “청년 기초자산”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정책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으로부터 경제계 제언이 담긴 책자를 전달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왼쪽)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경제정책 간담회에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으로부터 경제계 제언이 담긴 책자를 전달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심상정

재생에너지 비율 50%로…그린노믹스 통해 150만 일자리
저소득·청년층 생계비 대출 지원…연금 개혁해 재정 개선

금융 분야에서는 이 후보가 ‘포용적 금융’을 기치로 내걸었다. 지난해 8월 일찌감치 발표한 기본금융이 대표 공약이다. ‘기본소득·기본금융·기본주택’ 등 이 후보의 국정철학을 상징하는 ‘기본 시리즈’의 한 축이다. 1000만원 한도 내에서 10~20년간 저금리 대출을 지원해주고, 저신용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정부·공공기관이 금융기관에 보증을 선다. 이 후보는 “금융 문턱이 높은 청년들이 고리대부업체나 불법 사채시장에 내몰려 신용불량자나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도 저금리 대출을 주요 금융정책으로 내세웠다. 소상공인에게 ‘초저금리 특례보증 대출’ 50조원을 지원한다는 공약이다. 자영업자는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제도를 통해 채권 원금 감면율을 90%까지 확대한다. 사실상 빚을 무상으로 없애주는 정책이다. 윤 후보는 ‘예대금리차 공시제도’ 도입도 약속했다.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한다는 게 요지다. 또 예대금리차가 가파르게 증가할 경우 금융당국이 나서 가산금리가 적절하게 산정됐는지, 담합 요인은 없는지 점검하도록 했다. 시중은행이 불합리하게 책정한 이자 부담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윤 후보는 “금융기관이 정보의 비대칭을 이용해 국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금융행정을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해 금리 산정의 적절성을 확립하겠다”고 했다.

심 후보는 저소득·청년층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저소득층 청년이 받는 생계비 대출 ‘햇살론 유스’의 이자를 전액 지원하고 상환기간을 기존 15년에서 30년으로 늘려 청년들의 채무상환 부담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심 후보는 “21세부터 29세 청년들의 경우 매년 300만원씩 20대가 끝날 때까지 한시적으로 기초자산을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당면한 과제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를 촉구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가계부채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밝혔다. 안 후보는 “우리 가계대출의 75%가 변동금리 대출인 만큼 금리 인상이 가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가상자산의 경우 거대 양당 두 후보 모두 과세에 미온적이다. 2030세대가 주요 투자자인 가상자산 공약으로 표심 공략에 나서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가상자산 양도차익 기본 공제금액 기준을 현 25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심 후보는 ‘가상자산 공제금액 250만원 유지’ ‘내년 과세 시행’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안 후보는 “법적·제도적 장치를 먼저 마련한 후 과세 논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 “과학기술 초격차 분야 육성”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지난달 21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오른쪽)가 지난달 21일 경기 화성시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를 방문해 전시관을 둘러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5가지 초격차 과학기술 집중 지원해 5개 글로벌 대기업 육성
소상공인 대출 상환유예 촉구…코로나 특별회계 설치 강조

산업 분야 공약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기술 혁신과 기후위기에 맞선 에너지 구조 개편이 주를 이룬다.

이 후보는 AI와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기존 제조업 공정에 적용하는 ‘디지털 전환’을 추진한다. 세제·금융 지원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 산업을 활성화하고 탄소중립으로의 산업 전환을 유도하는 등 에너지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겠다고 공약했다. 이 후보는 “향후 국내 산업을 선도할 분야 10곳에 집중 투자하는 ‘빅10 산업 프로젝트’를 추진한다”고 했다. 이미 국내 기업이 기술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미래자동차·2차전지·디스플레이·바이오헬스 산업은 더 고도화하고, 로봇·그린·우주항공·패션테크·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 등을 활용한 미래 산업에도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윤 후보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플랫폼 정부’는 정부가 AI 기술을 교육·행정·국방 등에 선도적으로 적용하고 이를 민간경제로 순차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담고 있다. 윤 후보는 “규제 혁신과 재정, 감염병 대처 등 몇 가지 중요한 우선순위를 중심으로 플랫폼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가면 디지털플랫폼 정부 체제 구축까지는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대학, 연구소, 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AI를 위한 클라우드컴퓨팅 인프라 조성 계획도 밝혔다. 최종적으로 100만 디지털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심 후보는 2030년까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전체 발전량 규모의 50%까지 늘리겠다고 했다. 또 이 시기까지 국내 승용차 총규모는 2000만대 수준으로 제한하고, 이 중 절반은 전기차로 전환토록 할 계획이다.

안 후보의 ‘5·5·5’ 전략은 과학기술 초격차 분야와 인재 육성에 방점이 찍혔다. 안 후보는 “초격차 전략은 2등이 넘볼 수 없는 기술적 격차를 만들어 절대적인 세계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안철수 행정부는 민간이 주도해서 만든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산업전략을 혼신의 힘을 다해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출 구조조정·초과세수로 가능?

주요 대선 후보들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국채 발행이나 초과세수 활용, 예산의 지출 구조조정 등을 내세웠다. 그러나 이 같은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 중장기적인 재원 확충 방안 마련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 후보는 “대선 후 긴급재정명령 또는 추가 추경(추가경정예산)을 통해 50조원 정도를 확보해 코로나 방역과 경제활성화, 국민의 경제적 피해를 보전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선거 전에 여야 후보들이 만나 지원 규모 확대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재원 마련 방안은 5월 이후 진행되는 사업의 지출 구조조정, 국채 발행, 초과세수 활용 등 모두 검토 대상이다.

윤 후보도 비슷한 입장이다. 올해 608조원 예산안 사업 중 한국판 뉴딜 등에서 10%가량을 구조조정하고, 초과세수를 더하면 최소 60조원 이상 재원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채무는 새 정부 출범 1년 내 재정준칙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비율을 60%로 나눈 값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3%로 나눈 값을 곱해 1.0을 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올해 추경까지 포함해 국가채무 비율은 50.1%,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2%로, 산식값은 1.0 이하인 0.891 수준이다.

심 후보는 누적 적자가 확대돼 미래 세대에게 책임이 전가될 것으로 우려되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금 개혁을 통해 국가재정과 국민복지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안 후보는 늘어나는 국가 부담을 고려해 본예산 지출 구조조정과 빚 없는 추경 편성, 코로나19 특별회계 설치 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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