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출 금지조치, 국내 산업 영향은?

박상영 기자
지난해 9월17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가득 찬 모습. 한수빈 기자

지난해 9월17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가득 찬 모습. 한수빈 기자

러시아 정부의 수출 제한조치가 기존의 우려와 달리 큰 파급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수출 제한 품목에서 반도체 원료인 팔라듐이나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우라늄235와 같은 품목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번 수출 제한은 자국 내 공급 부족에 따른 조치이지 ‘자원 무기화’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국 정부도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16일 정형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러시아가 수출을 금지한 219개 품목을 HS(국제품목분류) 코드 10단위 기준으로 환산해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품목 2075개 중 602개(29%)가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 602개 품목의 지난해 수입액은 9716만7000달러로 전체 러시아 수입액의 0.6%에 그쳤다. 품목별로 보면 화물선(2419만3000달러)이 가장 많았고, 선박용·어업용 기기(1016만5000달러), 철강으로 만든 각종 재료용 저장조·탱크 등 용기(591만4000달러)순 이었다.

러시아의 핵심 자원인 팔라듐은 이번 수출 금지 품목에서 제외됐다. 2020년 기준, 러시아의 팔라듐 매장량은 3900t으로 전 세계 매장량의 45.5%를 차지했다. 지난해 러시아는 약 1.9t(11억2000만달러)의 팔라듐을 수출했는데 이 중 약 1.15t을 미국이 가져갔다. 한국도 0.11t을 수입해 네 번째로 규모가 많았다. 원자력 발전에 쓰이는 우라늄235도 빠졌다. 2020년 기준, 미국 우라늄 수입량의 약 16.5%가 러시아산이다. 한국도 지난해 수입한 우라늄 중 러시아산의 비중이 33.8%로 의존도가 높다.

휘발유나 석유화학 등의 원료로 쓰이는 나프타도 러시아 의존도가 23.4%이지만 수출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품목들은 최근 수급 우려로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수출제한은 대부분 자국 내 수급이 어려운 품목에 한정됐다”며 “보복성 공격보다는 서방 제제에 따른 혼란한 시장을 안정화려는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도 러시아의 제재 효과가 국내기업에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산업통상자원부는 러시아가 지난 9일 발표한 수출 금지·제한 조치 상세 리스트 국문 번역본을 공개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수출 금지 품목에 장비가 많이 포함됐다”며 “다른 나라에서 수입이 힘들어지는 만큼 유출을 막기 위한 조치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광학 현미경, 사진기 등 281개의 품목을 수출 하려면 러시아 정부의 허가를 받도록 한 조치는 유라시아경제연합 회원국(카자흐스탄, 벨라루스, 키르기스스탄, 아르메니아), 압하지야, 남오세티아로의 수출이 대상인 만큼 현지 한국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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