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외국인 매도 악순환…올 들어 ‘셀코리아’ 10조 육박

박채영 기자

국내 증시, 힘 못쓰는 까닭

코스피도 나스닥도 하락 원·달러 환율이 2년1개월 만에 1260원선을 넘어서고 코스피가 급락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금융지표가 표시돼 있다(왼쪽 사진). 나스닥지수가 4% 가까이 폭락하는 등 뉴욕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인 2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괴로운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문재원 기자·뉴욕 | 신화연합뉴스

코스피도 나스닥도 하락 원·달러 환율이 2년1개월 만에 1260원선을 넘어서고 코스피가 급락한 2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금융지표가 표시돼 있다(왼쪽 사진). 나스닥지수가 4% 가까이 폭락하는 등 뉴욕증시가 일제히 약세를 보인 26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괴로운 듯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문재원 기자·뉴욕 | 신화연합뉴스

외인 보유 코스피 주식 가치
넉 달 새 87조원 넘게 줄어
비중 31%…12년 만에 최저

달러 강세에 원화가치가 하락하면서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외국인의 ‘셀코리아’가 달러 수요를 키워 원화가치를 또다시 떨어뜨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외국인의 매도 공세에 코스피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1.12%(651조5230억원)로 2009년 9월8일(31.08%) 이후 가장 낮았다. 지난해 12월30일 외국인 지분율(33.55%·739조3180억원)과 비교하면 2.43%포인트 감소했다.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보유한 국내 주식의 가치는 약 넉 달 만에 87조7950억원 줄었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고 있다. 이달에 들어서만 코스피에서 3조6640억원을 순매도했다. 1월에는 1조6680억원을, 3월 4조840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달 들어서는 27일까지 4조3430억원을 순매도했다. 다만 환율이 상승에서 하락으로 반전됐던 2월은 1조58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의 셀코리아 행렬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 예고가 주된 이유로 꼽힌다. 달러를 원화로 바꿔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주식가치도 떨어지기 때문에 매도에 나서게 된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만약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면 주식 수익률이 10% 떨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인플레에 원자재값도 오르며
자원 수출국 투자 매력 상승

원화 약세·외국인 매도 악순환…올 들어 ‘셀코리아’ 10조 육박

문제는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를 떠날 때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바꾸게 되면서 달러 수요가 커져 원·달러 환율이 더 오르게 된다는 점이다. 원화 약세가 더 심해지면 외국인이 추가로 ‘팔자’에 나설 가능성도 커진다.

키움증권이 2021년 이후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의 주식 매매대금 변화 추이를 분석한 결과 원·달러 환율이 1090원을 하회할 때는 순매수, 1200원을 상회할 때는 순매도 강도가 강해지는 경향을 보였다. 전 세계 증시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던 지난해 9~11월에는 1180~1190원대에서도 순매수가 나타났다.

인플레이션에 원자재값이 상승하면서 다른 신흥국에 비해 한국에 대한 투자 유인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2015~2016년 금리 인상기와 다른 점은 원자재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어서 신흥국 중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원자재 수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상승했다는 것”이라며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고 경기에 민감한 반도체 산업의 비중이 큰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당분간 환율이 1200원 이하로 내려오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1240원 수준에서 박스권 횡보만 해도 변동성이 제한돼 외국인 매수 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oday`s HOT
보랏빛 꽃향기~ 일본 등나무 축제 연방대법원 앞 트럼프 비난 시위 러시아 전승기념일 리허설 행진 친팔레스타인 시위 하는 에모리대 학생들
중국 선저우 18호 우주비행사 뉴올리언스 재즈 페스티벌 개막
아르메니아 대학살 109주년 파리 뇌 연구소 앞 동물실험 반대 시위
최정, 통산 468호 홈런 신기록! 케냐 나이로비 폭우로 홍수 기마경찰과 대치한 택사스대 학생들 앤잭데이 행진하는 호주 노병들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