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종료’ 푸르밀 사태 악화일로···유업계는 ‘떨고 있다’읽음

김은성 기자
서울 영등포에 있는 푸르밀 본사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 영등포에 있는 푸르밀 본사 전경. 연합뉴스 자료사진.

‘검은콩 우유’ 등으로 유명한 45년 역사의 유제품 기업 푸르밀이 실적 악화로 사업을 종료키로 하자 유업계에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015년 지역 위주로 사업했던 영남우유가 폐업한 적은 있어도 전국 단위의 유제품 기업이 문닫는 건 푸르밀이 처음이다.

이는 저출생에 따른 소비 감소와 해외 제품 유입,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최근 유업계 상황을 보여준다. 2026년부터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수입 유제품에 붙은 관세마저 사라진다.

23일 유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인 서울우유를 제외하고 대부분 업체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악화했다. 특히 푸르밀처럼 자체 경쟁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들은 마진이 적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의 매출 비중이 높아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수익성 악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먼저 저출생에 따른 우유 소비 감소가 꼽힌다.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00년 30.8㎏에서 지난해 26.6㎏을 기록하며 11년 만에 약 13%가 줄었다. 줄어든 시장은 수입 우유가 잠식하기 시작했다. 국내 우유 자급률은 2001년 77%에서 지난해 45%로 하락했다. 유통기한이 긴 수입 멸균 우유는 10%가량의 관세가 붙어도 국산 우유에 비해 절반가량 가격이 저렴하다.

유업계는 국내 우유 가격이 비싼 이유로 생산비 연동제에 따라 오르는 원유 가격과 원유 할당제(의무 매입 물량)를 지목한다. 낙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생산 원가를 연동해 원유값을 올려왔으나 소비자 수요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원유 할당제로 원유마저 남아 팔수록 손해를 떠안는 상황이 됐다는 게 유업계의 입장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생산비 연동제를 보안한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내년부터 도입키로 했다. 용도별 차등가격제는 음용유(우유)는 현 수준에서 가격을 유지하고(ℓ당 1100원), 치즈 등의 가공유는 수입산과 경쟁할 수 있게 가격을 내리는(ℓ당 800원) 것인데, 장기적으로 국산 제품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료값 폭등에 휘청이는 농가의 반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등 대형 유업체들은 건강기능식품과 케어푸드(환자식), 단백질 음료 출시 등 제품 다각화에 사활을 걸고 생존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유업계 관계자는 “우유에서 손실을 보고 커피와 단백질 음료 등 다른 사업으로 흑자를 내 돈을 버는 구조”라며 “시장개방과 인구 구조·소비 변화에 맞춰 지속가능한 시장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구조적인 개혁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앞서 푸르밀은 LG생활건강에 매각이 여의치 않자, 지난 17일 전 직원에게 다음달 30일자로 사업 종료를 알리고 정리해고를 통지하는 메일을 보냈다. 갑작스러운 영업 종료 통보에 원유를 공급해 왔던 낙농가와 협력업체 직원, 화물차 기사들도 피해를 보게 됐다. 이들은 다음주 중 푸르밀 서울 본사에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푸르밀과 자체브랜드(PB) 상품 공급계약을 맺은 유통업체들은 대체 업체를 물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해고 통보 절차와 과정이 적법한지 조사에 들어갔고, 농림축산식품부는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해 온 농가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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