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참여 화물노동자 위법 여부 계속 따지겠다는 공정위

반기웅 기자

‘화물 차주 = 사업자’ 판단한 공정거래법 적용…적정성 논란

학계·노동계 “형식적 사업자…실질적으론 종속관계” 비판

<b>돌아오는 물류</b>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종료한 지 이틀째인 11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가 컨테이너를 싣고 이동하고 있다. 의왕 ICD 측은 일요일이라 화물 반출·입이 거의 없었지만 조만간 물류 운송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돌아오는 물류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종료한 지 이틀째인 11일 경기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ICD)에서 화물차가 컨테이너를 싣고 이동하고 있다. 의왕 ICD 측은 일요일이라 화물 반출·입이 거의 없었지만 조만간 물류 운송이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은 끝났지만 공정거래위원회의 화물연대에 대한 조사는 계속된다. 화물연대 소속 차주들을 사업자로 보고 공정거래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인데, 이 같은 판단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의 이례적인 조사 강행 방침을 두고 노동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과도한 경쟁법 적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공정위는 화물연대의 파업 과정에서 부당한 공동행위와 사업자단체 금지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공정위 현장 조사는 불발됐지만 자료 제출과 출석 요청 등을 통해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2일 언론 브리핑에서 “파업이 종료될 시에도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는 계속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쟁점은 화물노동자를 사업자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노동자에게는 공정거래법(부당공동행위)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물노동자의 사업자성 여부에 대한 판단은 조사를 통해 이뤄져야 하지만 공정위는 이미 화물노동자를 사업자로 간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화물연대 소속 차주 대부분이 사업자 등록을 했고, 본인 소유 차량을 이용해 영업한다는 이유에서다. 특수고용 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형태의 노동자를 노동3권을 보장하는 노동자로 간주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협약과 배치되는 해석이다.

학계에서도 화물노동자를 실질적인 ‘사업자’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홍명수 명지대 교수(법학)는 “형식적으로는 사업자로 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종속관계에서 운송사에 노동을 제공하는 특수고용 노동자이기 때문에, 독립된 사업자라고는 할 수 없다”며 “노동 문제와 관련된 이슈에서는 공정거래법보다 노동법에서 형성된 법리를 우선적으로 적용해왔다. 노동자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은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황규수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화물운송 기사들은 헌법상 노동3권이 보장된 노동자”라며 “과연 화물운송 기사들이 상대적으로 경제적 지위가 높은 화주사를 상대로 자신의 경제적 이득을 높이기 위한 행위를 할 수 있는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A교수는 “이번 파업은 일반적인 담합, 법 위반행위와는 결이 다르다. 헌법성 기본권 행사라는 측면에서 보면 공정위 조사가 지나치다고 볼 수 있다”며 “이런 문제는 법으로 다루기보다는 사회적 타협으로 접근하는 게 바람직하다. 공정위도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어야지, 문제가 해결된 상황에서 제재까지 하겠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그간 공정위가 화물연대 파업에 개입하지 않아왔다는 점에서도 이번 조사는 이례적이다. 공정위는 2019년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 지침’을 개정하면서 “특고는 노동자와 유사하나 자영업자적 특성으로 노동관계법을 통한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며 보호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면, 앞으로 학습지 교사와 골프장 캐디 등 특고 노동자들의 파업 역시 불공정 담합행위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홍명수 교수는 “참여정부 시기에 특고 노동자에 대한 공정거래법 적용 여부를 두고 사회적 논의가 있었다”며 “당시에도 특수한 노동 형태는 다른 법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서 공정거래법 적용은 유보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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