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저축은행 안정화” 자신… 시장에선 “불확실성 여전”

박병률·김지환 기자

잠정 구제된 6개 은행 정보공개 거부 ‘불씨’

18일 금융위원회가 7개 저축은행 영업정지를 발표하면서 지난 9개월 동안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일단락됐다. 금융위는 “올 초 마련한 시나리오에 따라 저축은행 수술을 진행해 왔다”며 “이번 발표로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저축은행은 안정화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반기까지 추가적인 영업정지도 없다”는 약속도 했다. 살아남은 저축은행은 금융안정기금을 투입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5%에서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자구책 마련을 요구받은 13개 저축은행 중 부실 가능성이 크지만 정상화 가능성이 인정돼 살아남은 6개 저축은행에 대한 건전성 여부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건전하다’고 판단한 나머지 저축은행에 대한 정보공개도 거부했다.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토마토저축은행 본점에 18일 예금자들이 몰려와 굳게 잠긴 문을 두드리며 항의하고 있다. 토마토저축은행은 이날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돼 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경기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토마토저축은행 본점에 18일 예금자들이 몰려와 굳게 잠긴 문을 두드리며 항의하고 있다. 토마토저축은행은 이날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돼 6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1월 취임과 동시에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고삐를 죄었다. 취임 10여일 만에 삼화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됐고 한 달 뒤에는 부산저축은행이 영업정지됐다. 8월까지 영업정지시킨 저축은행은 9곳에 달한다.

김 위원장은 이어 대주주의 지배구조개선 문제를 담은 저축은행 감독·제도개선방안을 내놨다. 저축은행 구조조정특별계정을 마련, 하반기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들어갈 실탄도 확보했다. 6월에는 저축은행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채권을 캠코가 사들이게 해 부실을 털어줬다. 저축은행들에 구조조정 시간을 벌어준다는 명분에서였다.

금융위 “저축은행 안정화” 자신… 시장에선 “불확실성 여전”

이어 7월5일부터 8월19일까지 7주간에 걸쳐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꼼꼼히 거쳤다. 이런 만큼 추가 부실의 우려는 다 털어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금융권 불안요인이 완전히 제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반론이 많다. 금융당국의 자신감과는 달리 뱅크런(대량인출사태)의 우려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모기업이 영업정지당한 토마토2저축은행이 문을 여는 19일의 분위기가 중요하다. 부산저축은행 때처럼 계열사에 대한 예금인출 요구가 쇄도할 경우 금융당국으로서도 추가 영업정지 명령을 내리는 것이 불가피하다.

또 다른 뇌관은 영업정지 위기에서 벗어난 6개 저축은행들이다. BIS비율 등 자산건전성이 이번에 영업정지당한 저축은행들과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자구책이 현실성이 있다고 해 잠정 구제된 은행들이기 때문이다. 당장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2개 은행이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금융당국은 “뱅크런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들 6개 저축은행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이들 저축은행은 적기시정조치 ‘유예’를 받은 것이어서 추후 공시에도 나타나지 않는다. 불확실성을 금융당국이 스스로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나쁜 것도 변수다. PF 정상 사업장이 언제든 추가 부실로 바뀔 수 있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영업정지조치를 당하지 않은 은행들의 BIS 비율, 연체율, PF 부실 정도 등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데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며 “이런 수준의 발표라면 시장이 신뢰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영업정지 이후도 중요하다. 부산저축은행처럼 특혜 인출 시비에 연루될 경우 사태는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 확대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이날 정오를 기해 영업정지 저축은행의 인터넷뱅킹을 차단했다. 예금보험공사는 해당 저축은행의 경영관리를 위해 120여명, 가지급금 안내를 위해 20여명을 현장에 급파했다.

로비 등 정치적 파장 가능성도 부담거리다. 이번 경영진단 과정에서 저축은행들이 살아남기 위해 정치권 로비가 상당했을 것이라는 추측이 업계에서 난무했다. 영업정지 가능성이 제기되던 모 저축은행이 빠지자 ‘로비 결과나 정치적 배려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해석되던 모 대형은행이 빠져 뒷맛이 좋지 않다”며 “이제 핵심은 살아남은 대형 저축은행들이 정말 건전한가 여부인데, 이런 의구심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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