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0.25%P 인상에 한숨 돌린 한은···한미 금리 차 확대는 부담

최희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상)에 그치면서 한국은행도 금리 인상의 속도를 조절할 여유를 벌었다. 다만 미국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있고, 한미 금리 차가 약 22년 만에 최대 수준으로 확대된 것은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 결정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22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종전 4.50~4.75%에서 4.75~5.00%로 0.25%포인트 올렸다.

미국의 고용·소비 등 경제지표가 탄탄해 이달 초만 해도 연준이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리라는 전망이 유력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은행(SVB) 폐쇄 등 중소은행의 유동성 위기가 확산하면서 0.25%포인트 인상에 그쳤다.

이에 따라 한은도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현 3.50%)를 동결하는 등 긴축 속도를 늦추고, 지금까지 진행한 긴축의 효과를 지켜볼 여유를 확보했다.

최근 경제지표를 보면 지난 1월 경상수지가 사상 최대 적자 폭(45억2000만 달러)을 기록하는 등 경기둔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아울러 2월 소비자물가상승률(4.8%)은 10개월 만에 4%대로 하락해, 한은이 기준금리를 재차 동결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금융 측면에서도 은행 연체율이 서서히 상승하는 등 금리 인상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당국은 당장 SVB나 크레디트스위스 같은 유동성 위기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진단하지만, 중장기적으로 2금융권 대출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약한 고리’를 중심으로 위기가 확산할 수도 있다.

다만 연준의 금리 인상이 중단된 게 아니라는 점은 한은에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기준금리 전망(점도표)을 종전대로 5.1%로 유지해, 앞으로 0.25%포인트를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이 베이비스텝을 한 번 더 단행하면 양국의 금리 차는 사상 최대인 1.75%포인트로 벌어진다.

금리 차가 확대되면 더 높은 수익을 원하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수입 물가가 상승해, 진정되고 있는 소비자물가를 다시 자극할 우려가 있다.

다만 아직까지는 한미금리 차보다는 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른 달러화 강세 유무와 같은 요인이 외국인 자금의 흐름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진단이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외국인 채권 자금이 순유출되고 있는데, 이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의 투자 여력 약화, 신흥국 포트폴리오 조정, 단기 차익 실현 등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격차가 기계적으로 환율에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통화정책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더 갈 거냐 이런 불확실성이 더 많은 영향을 준다”며 “금리 격차는 중요한 요인의 하나지만, 금리 격차가 기계적으로 몇 % 이상이면 위험하고 환율이 절하되고 이런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준의 기조와 시장 상황 등에 따라 한은도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한은은 최종금리 수준에 대해 3.75%까지 올릴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현행보다 0.25%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이 총재는 “환율에 쏠림 현상이 있거나 변동성이 너무 커지게 되면 당연히 우리 금융시장 안정이나 물가에 주는 영향을 고려해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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