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위기에도 ‘꽃놀이패’들고 이익 취하는 민간 LNG 수입사들

박상영 기자

가스공사는 왜 공개적으로 민간 LNG 기업을 비난했을까

국제 가격 낮을 땐 직접 수입, 비쌀 땐 수입 물량 줄이면 가스공사가 부담
공사는 수급 관리 책임 탓에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가격에 사들여 비축
결국 소비자에게 비싼 요금 전가 구조…업계 ‘체리피킹’ 국감서도 논란

올해 국정감사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직수입하는 민간업체의 ‘체리피킹’ 관행이 도마에 올랐다. 체리피킹은 좋은 체리만 고르고 나쁜 것은 고르지 않는 행위를 일컫는 용어다.

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는 그동안 SK E&S, GS에너지,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 LNG 직수입사들이 체리피킹을 했다고 지적했다.

왜 가스공사는 공개적으로 민간업체를 비난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LNG 수입시장 구조부터 파악해야 한다. 이전에 국내 LNG 시장은 가스공사의 수입에 100% 의존해왔다. 그러나 2005년 정부가 경쟁 활성화를 이유로 ‘자가소비용 직수입제도’를 도입하면서 민간업체도 직접 소비하는 때에만 해외에서 직접 LNG 수입을 할 수 있게 됐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LNG 직수입자가 매년 늘어나 14개사에 달하고 이들이 수입하는 물량도 전체 수입량의 4분의 1에 육박하면서 문제도 생겨났다.

민간업체들이 유리한 때는 직수입에 나서고 불리한 경우에는 공사에 수급 책임을 떠넘기는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가스공사는 민간업체보다 2배 넘게 비싼 가격에 LNG를 사들이게 됐고 소비자 요금 부담으로 이어진다.

■ 민간업체보다 비싼 가격에 가스 수입하는 가스공사

해외 시장에서 LNG 가격이 오르면 민간 직수입사는 장기도입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가스공사의 수급안정용 구매 물량은 늘어났다. 가스공사는 민간 직수입사 물량까지 떠안아 비싼 가격에 수입했다.

반면 LNG 가격이 내려가면 민간 직수입사는 수입 물량을 늘리고 가스공사의 수입 물량은 줄어든다. 이런 구조 탓에 결국 가스공사가 민간 발전사보다 비싼 가격에 LNG를 수입하는 결과가 반복됐다. 이는 민간 직수입사와 달리 가스공사에는 수급안정을 위해 일정 규모의 LNG를 수입해야 하는 비축 의무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가스공사 측은 “수급관리 책임이 없는 민간업체들은 국제 현물가격에 따라 선택적으로 LNG를 구매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2020년 LNG 현물가격이 MMbtu당 3.83달러로 전년 대비 2.14달러 하락했을 당시 가스공사의 수입 물량은 전년 대비 292만t 줄어들고, 민간사 수입 물량은 215만t 늘어났다. 반대로, 2021년 LNG 현물가격이 MMbtu당 15.04달러로 전년 대비 11.21달러 급등했을 때 가스공사 수입 물량은 전년 대비 653만t 늘어난 3735만t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민간사 수입 물량은 858만t으로 58만t 줄어들었다.

막대한 이익이 발생하면서 민간 사업자의 LNG 수입 물량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2005년 국가 전체 도입 물량 대비 1.5%에 불과했던 LNG 직수입 물량이 지난해에는 18.7%까지 늘어났다. 특히 LNG 가격이 큰 폭으로 뛴 올해 1분기 한국전력이 9조1000억원 적자를 보는 동안 LNG 직수입사의 영업이익은 838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한 해 연간 영업이익 8101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채희봉 가스공사 사장은 “체리피킹 문제는 결국 가스공사가 LNG 가격이 오를 때 직수입자 대신 비싸게 들여와 소비자에게 비싼 가스요금을 물리게 되는 구조를 낳는다”고 말했다.

반면 민간 직도입 발전사들은 대부분 15~20년짜리 장기계약으로 가스를 해외에서 수입해오기 때문에 시황에 따라 수입처를 변경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민간 발전사들의 저렴한 수입가격은 오히려 전력도매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데 체리피킹이라는 시각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외국 법인 통해 LNG 우회 공급 늘리는 민간업체

LNG 직수입사가 외국 법인을 설립해 직접 판매하는 일명 ‘우회적 도입·판매’도 논란이다. 정부가 자가소비용만 LNG 수입을 허용하자, 민간업체들은 100% 지분을 보유한 해외 자회사를 통해 LNG를 구매한 뒤 직접 판매하는 방법으로 규제를 피했다. 직접 LNG 물량을 수입할 여력이 없는 기업들도 가스공사 대신 이 같은 방법으로 물량을 수입하고 있다. 2020년 GS와 SK가 설립한 2개 해외법인은 이런 식으로 약 382만t의 LNG를 공급했다. 이는 전체 직수입 물량(920만t)의 41.5% 규모다.

전문가들은 우회적 도입·판매는 위법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LNG 수급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한다. 특히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LNG 수급 여건이 불안해지면서 이 같은 우려는 커지고 있다. 현재 정부는 수급이 불안정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민간 직수입사에 수출입 규모와 시기, 가스공사에 대한 판매·교환 등에 대한 조정 명령을 부과하고 있다.

직수입사의 판매권을 일정 보장하는 대신 더 많은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LNG 직수입사에도 비축 의무를 부과하는 대신 제3자에 대한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정부에서 도매 독점을 유지할 것인지, 시장 활성화 차원에서 LNG 직수입사에 판매를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방향 제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판매를 허용할 경우 비축 의무 등 공급 안정성에 기여할 엄격한 의무도 부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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