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튼 높이는 120㎝ 아래에’ 접근성 강화한 키오스크 표준 나온다

조미덥 기자

‘이용자가 조작하는 버튼의 높이는 120㎝ 아래에 있어야 한다’ ‘글자 크기는 4.8㎜ 이상이어야 한다’

정부가 장애인과 노인의 접근성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새롭게 만들고 있는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 표준 내용이다. 휠체어 사용자가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높이를 정했고, 시력이 약한 노인 등이 보는데 문제가 없도록 글자 크기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키우도록 했다. 이러한 표준이 강제성은 없지만, 향후 정부 기관이나 법원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어 실제 장애인·노인 접근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시각장애인 이민석씨가 지난 7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이씨는 계산 과정에서 버튼과 카드 투입구 위치를 찾지 못해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 권도현 기자

시각장애인 이민석씨가 지난 7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무인 아이스크림 매장에서 계산을 하기 위해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다. 이씨는 계산 과정에서 버튼과 카드 투입구 위치를 찾지 못해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 권도현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지난달 25일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제작해 정보통신 관련 국가표준을 관장하는 국립전파연구원에 보냈다고 23일 밝혔다. 2016년 만든 ‘공공단말기 접근성 지침’을 현재 보급되는 키오스크 여건에 맞게 개편한 것이다. 진흥원은 이를 위해 그간 장애인 단체, 키오스크 제작 업체 등의 의견을 반영해 왔다. 앞으로 국립전파연구원의 의견 수렴과 국가기술표준원의 심의를 거치면 지침으로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진흥원은 이르면 올해 12월에 지침이 발효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엔 최근 몇년 새 코로나19 확산 등으로 키오스크 보급이 급속도로 늘었는데, 장애인과 노인이 키오스크를 이용하기 어려워 배제되는 문제가 있었다. 진흥원은 이를 보완하는 내용을 이번 표준에 담았다.

버튼 높이와 글자 크기 외에도 색약자를 위해 글자와 배경의 명도 차가 4.5대1은 돼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이어폰을 꽂아 음성을 듣거나 손가락으로 점자를 만져 내용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음성의 크기와 속도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카드를 투입구에 넣다가 떨어뜨리지 않도록 받침대를 둔다는 등의 세부적인 내용도 눈에 띈다.

다른 유형의 장애인을 고려한 내용도 있다. 청각장애인이 결제 도중 오류가 발생했을 때 전화를 걸 수 없는 점을 고려해 지역이나 업체의 수어 서비스로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손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운 뇌병변장애인을 고려해 버튼을 누르기 쉽게 하고, 버튼 사이의 간격이 충분히 벌어지게 했다. 모든 걸 한손으로 조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이밖에 노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용어를 쓴다거나, 메뉴 선택에 시간을 지체해도 무조건 처음으로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등의 규정이 담겼다.

홍경순 진흥원 수석연구원은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장애인 접근성과 관련해 정보통신(IT) 제품에 요구하는 규정들 중 한국이 수용 가능한 부분을 담았다”며 “한국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팔리기 위해서도 이러한 표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향후 키오스크의 사용자 환경(유저 인터페이스·UI) 모형을 개발해 보급하는 작업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표준이 키오스크의 하드웨어와 기본 설정에 들어갈 내용이라면, 사용자 환경은 사용자가 실제 어떤 단계를 거쳐 구매하는지 결정하는 소프트웨어라 할 수 있다. 지금 정부가 책정한 예산대로라면 2023년에 모형 개발이 이뤄지게 된다.

업계에선 더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인 매장이 빠르게 확산되고, 장애인·노인의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는데 정부 대응이 한가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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