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전·균형발전 역행”…그린벨트 해제, 전문가들도 ‘우려’

윤지원·김경민 기자

“구도심 일자리·주거 해칠 것”

“마구잡이 개발, 자연 파헤쳐”

공공성 확보 객관성도 의문

개발제한구역은 현재 수도권 등 7대 광역도시권역 내 3793㎢ 규모가 분포되어 있다. 개발제한구역 도면. 국토교통부 제공

개발제한구역은 현재 수도권 등 7대 광역도시권역 내 3793㎢ 규모가 분포되어 있다. 개발제한구역 도면. 국토교통부 제공

정부가 도심의 ‘허파’이자 미래세대를 위한 자산인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를 대폭 완화하며 내세운 명분은 두 가지다. 국민의 토지이용을 확대하고, 경제활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경향신문이 21일 인터뷰한 전문가 5인은 그린벨트 해제는 경제활력을 높이기는커녕 환경보전·지역균형발전에 모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그린벨트는 1971년 도입된 이래 국토 면적의 5.4%에 달하는 5397㎢가 지정되어 관리됐다. 그린벨트가 임대주택, 지역 현안사업 등을 이유로 해제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말에 들어서다. 현재는 수도권 등 7대 광역도시권역 내 3793㎢ 규모만 그린벨트로 묶여 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그린벨트 해제가 지역소멸 위험을 안고 있는 비수도권에서 맞지 않는 개발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인구가 감소할 때는 인프라가 몰려 있는 도심을 키우는 일명 ‘콤팩트시티’ 조성이 중요하다. 외곽 땅 위주인 그린벨트 개발은 이와 정반대되는 정책이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인구 유입이 없기 때문에 외곽 개발이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성공하더라도 구도심 일자리와 주거를 해치는 결과만 초래할 수 있다”며 “개발업자들만 싼값으로 분양해 이익을 챙겨 나가면, 원도심 치유 비용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수 지자체장이 이미 그린벨트 해제를 공약으로 내건 만큼 인기영합식 개발이 마구잡이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최봉문 목원대 교수는 “이미 과거 보수정부에서 풀었던 그린벨트 구역도 해제 이후 계획과 다른 시설이 들어가면서 망가졌다”며 “앞으로도 개별 지자체장은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 전에 일단 해제부터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환경 측면에서도 우려가 크다. 최진우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전문위원은 “기후위기 시대에 기존 개발사업을 더 줄여가는 것을 고민해야 하는데, 보전된 녹지를 해제한다는 방향은 자연을 더 파헤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1·2등급지가 해제되면 대체지를 지정해 총량을 유지하겠다는 정부 발상에 대해선 “좋은 곳은 해제하고 엉뚱한 곳을 붙이는 게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국제적으로 녹지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맨 마지막에 건드려야 할 그린벨트 1·2등급지도 개발을 촉진한다는 것은 세계적 추세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린벨트에 유치하는 지역 전략사업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재정 전문가는 “지식첨단산업일수록 다양한 경제주체가 모이면서 나오는 집적효과가 필수적인데, 그린벨트는 아무것도 없는 맨땅”이라며 “폐기물이 많이 배출되는 제조업 같은 기존 사업이나 가능할 텐데 이런 사업이 미래 지역발전을 이끌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린벨트 해제사업의 공공성이 얼마나 확보될지도 의문이다. 이날 정부 발표에서 이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국토연구원은 과거 보고서에서 그린벨트 해제사업의 공공성 강화를 주문하면서 “개발이익의 객관적인 측정·환수 시스템 마련 등 해제사업의 공공기여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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