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시찰단, 설비 보고 ‘일정 끝’…‘면죄부 시찰’ 현실화

박상영 기자

후쿠시마 원전 점검 이틀째

일본 측이 주는 자료에 의존

작동 여부 확인하는 데 그쳐

<b>후쿠시마 오염수 이곳까지 올까</b> 일본 정부가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다고 밝힌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55㎞가량 떨어진  오나하마항에서 24일 한 시민이 낚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오염수 이곳까지 올까 일본 정부가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시작한다고 밝힌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55㎞가량 떨어진 오나하마항에서 24일 한 시민이 낚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이 전날에 이어 24일에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현장점검을 진행했다. 시찰단은 방사능 분석 절차와 삼중수소를 희석하기 위한 설비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그러나 주요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데만 그치고, 도쿄전력이 제공하는 자료에 주로 의존하는 만큼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면죄부용 시찰’이라는 비판이 뒤따른다. 이번 시찰이 의도와는 달리 결국 ‘일본 수산물 수입 재개’를 향한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시찰단은 이날 방사능 분석실험실, 삼중수소 희석 설비, 오염수 방류 설비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하는 다핵종제거설비(알프스·ALPS) 처리 전후의 오염수 농도와 관련된 자료를 확인해 알프스의 성능도 따져봤다.

유 단장은 “오염수가 알프스를 거치기 전 단계에서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사용해야 하는 차단 밸브를 관심 있게 살폈다”며 “시찰을 통해 안전성 평가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듯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능과 역할에 대한 여러 가지 추가 분석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에 대한 결론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시찰단의 현장 검증이 이틀째 이뤄졌지만 오염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적잖다. 시찰의 범위가 알프스나 ‘K4 탱크’와 같은 주요 설비가 제대로 가동을 하는지 살펴보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일본 측 자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장은 “그동안 처리해야 할 오염수의 양이 너무 많아 알프스가 제대로 작동을 해왔는지 확신할 수 없던 상황”이라며 “시찰의 기간과 공간이 제한적인 곳에서 이뤄지는 만큼 이런 의구심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도쿄전력은 2019년 알프스가 고장 났음에도 원인 조사 없이 운전을 재개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논란이 일었다. 알프스의 필터 25개 모두가 파손됐지만 도쿄전력이 이를 숨기고 필터만 교체한 뒤 사고 원인을 조사하지 않은 채 운전을 한 것이다. 2021년에도 필터 25개 중 24개가 손상돼 방사성 물질이 공기 중에 유출됐다.

시찰단이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알프스 등 주요 설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현재 핵연료가 지하수를 통해 바다로 흘러가고 있는 양은 얼마인지 확인할 수 없다”며 “해양생태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정부에는 이를 제대로 분석할 수 있는 전문가도 없다”고 지적했다.

‘안전성 문제없음’ 결론 땐
수산물 수입 재개 압박 우려

이번 시찰단이 오염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릴 경우,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가 유지되기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수가 대량 유출되자, 2013년 9월 후쿠시마 주변 8개 현의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송기호 국제통상전문 변호사는 “한국의 수입규제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따른 잠정조치”라며 “만약 시찰단이 오염수에 문제가 없다고 밝힐 경우, 수입 금지 근거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시찰단이 후쿠시마 원전을 방문한 첫날인 지난 23일 노무라 데쓰로 농림수산상이 “이번 시찰은 처리수(후쿠시마 오염수)의 조사가 중심이라고 들었지만, 그것에 더해 수입제한 해제에 대해서도 부탁하고 싶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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