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안 오고, 긴급 문자만 왔다…지하철은 긴 줄, 버스 파업날 ‘고된 출근길’

윤승민 기자
서울 시내버스 파업 첫 날인 28일 서울 경전철 신림선 서울대벤처타운역 승강장과 계단에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며 서 있다. 윤승민 기자

서울 시내버스 파업 첫 날인 28일 서울 경전철 신림선 서울대벤처타운역 승강장과 계단에 승객들이 열차를 기다리며 서 있다. 윤승민 기자

서울시내버스가 12년 만에 파업에 돌입한 28일 오전, 경전철 신림선 서울대벤처타운역은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

인근 신림동과 미림여고삼거리~관악산 사이 호암로를 따라 늘어선 관악·금천구 대단지 아파트 거주민들이 운행을 멈춘 버스 대신 지하철로 출근하기 위해 몰리면서다. 역 입구에서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 끝에는 20m 가까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역 출구 앞 버스정류장에 서 있던 시민은 “경전철(신림선) 타러 들어갔다가 사람 너무 많아서 다시 나왔다”며 “그런데 택시를 잡으려고 해도 애플리케이션에 빈 차가 없다”며 지인에게 늦을 것 같다는 통화를 했다.

해당 버스정류장은 신림역까지 바로 가는 시내버스를 타거나 신림선을 타려고 호암로에서 버스를 타고 온 승객들이 내리는 곳이다. 이날도 시내버스 파업 소식을 미처 알지 못했던 승객 10여명은 발을 동동 구르며 버스를 기다렸다.

정류장 안내판은 마을버스를 제외한 모든 노선의 시내버스가 ‘출발대기’ 상태였다.

직장인 신모씨(33)는 “시내버스가 파업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각오는 했지만 출근길에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이 (지하철로) 몰려서 당황스럽다”며 “날씨가 흐리고 비도 내려 출근길이 더 복잡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 첫 날인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벤처타운역1번출구 버스 정류장에서 승객들이 시내버스 노선마다 ‘출발대기’ 표시가 된 전광판을 바라보며 서 있다. 윤승민 기자

서울 시내버스 파업 첫 날인 28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벤처타운역1번출구 버스 정류장에서 승객들이 시내버스 노선마다 ‘출발대기’ 표시가 된 전광판을 바라보며 서 있다. 윤승민 기자

이날 새벽 임금 협상 결렬로 서울시버스노동조합(버스노조)이 총파업을 선언하면서 서울시는 오전 6시쯤 “시내버스 파업으로 통근, 통학의 불편이 예상됩니다. 도시철도, 무료 셔틀버스,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주시기 바란다”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하고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다.

출근길 지하철 운행 횟수를 늘리고 25개 자치구에서는 운행이 중단된 시내버스 노선 중 마을버스가 다니지 않는 지역을 중심으로 지하철역까지 이동이 연계될 수 있도록 119개 노선에 480대가 투입됐다. 하지만 혼잡을 피할 수는 없었다.

이날 서울대벤처타운역 버스 정류장에 관악구에서 운영 중인 셔틀버스가 들어서자 한꺼번에 20명의 승객이 몰려 탑승하기도 했다.

서울 시내버스 파업 첫 날인 28일 서울 경전철 신림선 서울대벤처타운역에서 승객들이 승강장 입장을 기다리며 서 있다. 윤승민 기자

서울 시내버스 파업 첫 날인 28일 서울 경전철 신림선 서울대벤처타운역에서 승객들이 승강장 입장을 기다리며 서 있다. 윤승민 기자

서울시버스노동조합(버스노조)과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전날 오후 3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마지막 조정 회의를 열었으나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11시간 넘는 릴레이 협상에도 임금 상승률 합의가 불발되면서다. 이에 이날 오전 4시 첫차부터 서울시내 버스(7382대)의 97.6%에 해당하는 7210대가 운행을 멈췄다.

서울시는 노사 양측의 실무자 간 물밑 접촉을 이어가면서 임금 인상안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버스 파업으로 시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며 “노사간 양보와 적극적인 협상으로 대중교통 운행이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조속한 타결을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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