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구속

법원 “주요 혐의 소명” 재판서 유죄 가능성 높다고 판단

이혜리·김경학 기자

구속영장 발부 이유·배경

<b>호송차 타고 구치소로</b> 31일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검찰 수사관들이 박 전 대통령을 검찰 차량에 태워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데려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호송차 타고 구치소로 31일 새벽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검찰 수사관들이 박 전 대통령을 검찰 차량에 태워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데려가고 있다. 김영민 기자

법원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은 증거인멸 등의 우려뿐만 아니라 향후 본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31일 새벽 3시3분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주요 혐의가 소명됐다는 것은 박 전 대통령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박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해 검찰이 추가 수사를 벌이고, 기소해 정식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툴 정도로 14개 혐의가 뚜렷하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앞서 최순실씨(61)와의 관계에 대해 일부 도움만 받았을 뿐이라고 했지만, 이번 구속영장 발부로 박 전 대통령이 최씨와 ‘경제적 공동체’라는 검찰의 주장에 법원이 공감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때는 들어가지 않았던 ‘증거인멸의 염려’라는 표현이 이번에는 포함됐다. 박 전 대통령이 결정적 증거를 없애거나, 피해자 또는 증인에 대해 압력과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와 영장실질심사에서 시종일관 혐의를 부인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을 수 있다. 혐의를 부인하면 증거를 없애거나 진술을 맞출 동기가 충분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구속 사유는 아니지만 구속 고려 요소인 ‘범죄의 중대성’이나 ‘공범과의 형평성’도 법원 판단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등 ‘친박’ 국회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 자택을 잇따라 방문한 것이 오히려 구속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비쳐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은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박 전 대통령이) 비록 탄핵 결정으로 파면됐다고 할지라도 공범과 관련자들 대부분이 박 전 대통령에 의해 공직에 임명돼 지휘를 받거나 정치적·법률적 이해관계를 함께하는 사람들”이라며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측근 등을 통해 그들의 진술을 번복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 입을 맞추거나 증거를 조작할 우려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형사소송법은 ‘불구속 재판’을 원칙으로 한다. 특히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해 구속된 상태로 재판을 받은 피고인이 본 재판 결과 무죄가 나오면 비난을 받을 소지가 크다. 강 판사는 전직 대통령의 구속 여부를 다른 피의자들보다 더 신중하고,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강 판사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을 놓고 향후 본 재판에서 유죄 가능성을 높게 본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의자가 전직 대통령인 만큼 본 재판에서 유죄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심증이 있어야 구속영장을 발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다만 구속영장 발부가 박 전 대통령의 모든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주요 혐의’라고 명시한 것도 그 때문이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나,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문건을 넘겨준 혐의 등 주요 혐의와 관련해서는 분명히 구속할 필요가 있지만, 다른 혐의는 그만큼 소명되지 않을 수도 있다.


Today`s HOT
UCLA 캠퍼스 쓰레기 치우는 인부들 호주 시드니 대학교 이-팔 맞불 시위 갱단 무법천지 아이티, 집 떠나는 주민들 폭우로 주민 대피령 내려진 텍사스주
불타는 해리포터 성 해리슨 튤립 축제
체감 50도, 필리핀 덮친 폭염 올림픽 앞둔 프랑스 노동절 시위
인도 카사라, 마른땅 위 우물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 노동자의 날 집회 경찰과 충돌한 이스탄불 노동절 집회 시위대 케냐 유명 사파리 관광지 폭우로 침수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