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국정농단 선고

“뇌물 받은 최순실, 공무원인 박근혜와 공동정범 성립”

유설희 기자

최씨 뇌물수수죄 처벌 이유

<b>시민단체 “대법 판결 환영”</b> 민중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의 국정농단 상고심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시민단체 “대법 판결 환영” 민중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의 국정농단 상고심 판결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최씨, 범행 핵심 경과 조종하고 저지·촉진” 공모 판단
대기업에 대한 출연금 압박은 ‘강요죄’로 인정 안 해
이재용·신동빈 불리해져…박근혜 형량 늘어날 수도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공무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67)과 공무원이 아닌 최순실씨(63·본명 최서원)의 공모관계가 인정된다고 결론지었다. 두 사람이 ‘국정농단’의 ‘공범’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대법원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강요죄가 둘 다 성립한다는 1·2심 판단을 뒤집고 강요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기업인들이 주장해온 ‘강요죄의 피해자’ 논리는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최씨 사건에서는 공무원이 아닌 최씨가 뇌물수수죄로 처벌받을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이 직무 관련 금품을 받았을 때 성립하는 범죄라서 최씨는 박 전 대통령 공범으로 기소됐다.

최씨 측은 뇌물수수죄는 공무원을 처벌하기 위한 죄인데 정작 공무원인 박 전 대통령 개인이 얻은 이익은 없다는 점에서 뇌물수수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씨 항소심은 “뇌물이 비공무원인 최서원에게 모두 귀속됐더라도 공무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공무원인 최서원 사이에는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공무원이 뇌물공여자로 하여금 공무원과 뇌물수수죄의 공동정범 관계에 있는 비공무원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경우에는 공무원 자신에게 뇌물을 공여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항소심 판결이 맞다고 했다.

최씨 항소심은 박 전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1) 등에게 뇌물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뇌물수수 범행에 이르는 핵심 경과를 조종하거나 저지·촉진했다”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도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대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 774억원을 내라고 압박하고, 삼성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2800만원을 내라고 압박한 혐의 등은 1·2심에서 직권남용죄와 강요죄 둘 다 인정됐다.

하지만 대법원은 강요죄에 대해서는 무죄 취지로 다시 재판하라고 했다. 강요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해야 하는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요구는 폭행·협박 수준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했을 때 기업들도 대통령에게 부정한 청탁을 하며 뇌물을 건넸다고 봤다.

대법원이 강요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이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불리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들이 재판에서 주장해왔던 ‘강요죄의 피해자’ 논리를 내세울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신동빈과 이재용이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따른 것은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편승해 직무와 관련한 이익을 얻기 위해서 직무행위를 매수하려는 의사로 적극적으로 뇌물을 제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논란이 된 공무원의 직무상 권한의 범위에 대해 명문상 규정이 없더라도 실질적으로 그 권한이 해당 공무원의 직무권한에 속한다고 해석되면 충분하다고 결론지었다. 즉 대통령의 일반적 직무권한을 비교적 넓게 해석한 것이다.

직권남용죄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양승태 대법원 ‘사법농단’ 피고인들에게도 적용된 죄다. 그간 직권남용죄에서의 ‘직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하급심 판결이 엇갈리면서 ‘국정농단’ 상고심 선고에서 대법원이 직권남용죄의 기준을 세울지 여부에 대해 관심이 모인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이날 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 부분이 분리 선고되지 않아 위법하다며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은 공직자의 뇌물죄에 대해 선거권 및 피선거권 제한과 관련되기 때문에 분리해 선고하도록 한다.

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를 별도로 판단하면 형량은 늘어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항소심’ 형량은 징역 25년이었다. 이미 판결이 확정된 ‘새누리당 공천개입 항소심(징역 2년)’ ‘국정원 특수활동비 항소심(징역 5년)’을 모두 더하면 징역 32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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