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윤 갈등 축소판 검·언유착 수사…결국 검찰만 체면 구기고 망가졌다

이효상 기자

독직폭행 혐의 정진웅 ‘유죄’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검·언유착 의혹 수사 과정서
추미애·윤석열 대리전 비화
기소된 정 검사는 직무 유지
수사 내내 잡음 끊이지 않아

‘검·언유착 의혹’ 사건 수사 과정에서 한동훈 검사장에게 몸을 날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울산지검 차장검사에게 12일 열린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검·언유착 혐의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터다. 정작 검·언유착 의혹의 피의자는 무죄 판단을 받고, 이 의혹을 수사한 수사팀장은 유죄를 받은 것이다.

검·언유착 의혹 사건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충돌 국면에서 망가지는 검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지난해 3월 MBC의 보도가 시작이었다. MBC는 이동재 기자가 검찰 관계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수감 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여권 인사의 비위 정보를 진술할 것을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이다. 이 기자가 친분을 과시한 검찰 관계자로 윤 전 총장의 측근인 한 검사장이 지목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4월 이 전 기자 등을 고발해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사건 배당 단계부터 수사를 대검찰청 인권부에 맡기겠다는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에 맡기겠다는 법무부가 충돌했다. 수사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윤 전 총장이 지난해 6월 수사 객관성을 담보한다며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자 서울중앙지검 정진웅 수사팀은 “특임검사에 준하는 독립적 지위를 보장해달라”며 반발했다. 추 전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대검의 수사 지휘를 배제하고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양측 갈등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검사가 검사를 수사하다 폭력을 행사한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다.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유심칩 압수수색에 나섰던 정 차장검사가 증거인멸이 의심된다며 한 검사장에게 몸을 던졌다. 넘어진 한 검사장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해제했을 뿐이라며 정 차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정진웅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끝내 해제하지 못했고, 이 전 기자가 친분을 과시한 검찰 관계자를 특정하는 데 실패했다.

독직폭행 사건 처리 과정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서울고검이 정 차장검사를 독직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정 차장검사는 직무를 그대로 수행했다. 현직 검사가 재판에 넘겨져 피고인이 된 경우 직무를 정지하는 관례를 따르지 않은 것이다.

대검이 법무부에 정 차장검사에 대한 직무집행 정지를 요청했지만 법무부는 오히려 서울고검의 기소 과정이 적정했는지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정 차장검사에 대한 기소가 정당했는지 따지는 진상조사는 9개월째 진행 중이다. 그리고 이날, 진상조사 결과보다 정 차장검사가 유죄라는 1심 선고가 먼저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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