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낙마’ 인사 참사

정순신 부부, 학폭위서 아들 감싸며 ‘2차 가해’…참석 위원조차 “가해 학생, 반성의 모습 없어”

김혜리 기자

판결문에 고스란히 남은 ‘학폭 아들’ 비호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 지 하루 만인 지난 25일 직을 내려놓으면서 국수본부장이 공석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정 변호사는 사의 표명 당일 오전까지만 해도 “자식의 일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아들이 고교 재학 중 저지른 학교폭력 내용이 구체적으로 알려지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빠르게 사의를 표명했다.

정 변호사의 아들 정모씨(22)는 2017년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자율형사립고에 입학해 당시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 동급생 A군에게 언어폭력을 지속적으로 가했다 이듬해 전학 처분을 받았다. 당시 아들의 법정대리인을 맡은 정 변호사 부부는 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9년 4월 최종 패소했다.

행정소송 1·2심 판결문에 따르면 정씨는 A군뿐 아니라 ‘복수의 학생’에게 강도 높은 학교폭력을 가했다. 정씨는 1학년 때 기숙사 같은 방에서 생활하던 A군을 ‘제주도에서 온 돼지 XX’나 ‘빨갱이 XX’라 불렀다. 그는 점심시간에 A군이 다가오면 “더러우니 꺼지라”고도 자주 말했다. 후배들 앞에서 A군이 말하려 하면 “돼지는 가만히 있으라”며 가로막기도 했다.

이러한 언어폭력은 약 8개월 동안 지속됐다. A군은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증세로 2017년 12월 말부터 정신건강의학과 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병원에선 ‘자살 위험’ 진단까지 받았다.

A군은 이듬해 학교로 복귀했지만 학교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고, 3월엔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는 내용이 판결문에 포함된 학교폭력 사안조사보고서에 기재돼 있었다.

결국 정씨는 2018년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 회부돼 같은 해 3월 전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미성년자였던 정씨 대신 법정대리인으로 나선 정 변호사 부부는 아들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들과 피해 학생은 원래 친하게 지내던 사이로, 평소 출신 지역이나 정치적인 성향에 따라 친구들끼리 자연스레 별명을 불렀다”면서 아들의 행위가 학교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학폭위에서는 피해자가 A군만이 아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학교에선 A군의 학교폭력 사건을 조사하면서 다른 피해 학생 B군이 있다는 사실을 새로 발견했다. B군은 “방이 바뀌니 A군에게 하던 갈굼이 나에게 옮겨왔다. 돼지라고 하는 것으로 시작됐지만 장난이 점점 심해졌다”고 진술했다.

판결문에는 정씨 가족이 피해 학생인 A군과 대면했을 때 2차 가해성 발언을 한 정황도 담겼다. 정 변호사 부부는 2018년 3월 열린 학폭위에서 “물리적으로 때린 게 있으면 변명의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적 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며 아들을 감쌌고, 정씨는 “A가 부담스러웠다” “작년 일은 기억이 잘 안 난다”는 등의 말로 가해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한 위원은 “이 자리는 가해 학생이 깊이 반성하고 진실을 모두 말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점이 너무 유감스럽다”고 했다.

학폭위는 정군의 학교폭력 심각성·지속성·고의성을 모두 ‘높음’으로 평가해 각각 3점을 부여했다. 또 가해 학생의 반성 정도는 ‘낮음’(3점), 화해 정도는 ‘전혀 없음’(4점)으로 학폭위원들이 가해 학생 조치 기준상 전학·퇴학에 해당하는 ‘16점’으로 평가하고, 전학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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