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낙마’ 인사 참사

검찰 편중·검증 부실…윤 정부 총체적 인사 참사

강연주·이유진 기자

‘아들 학폭’ 드러난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철회

법무부·대통령실 못 걸러내…“검증 한계 인정”에도 논란 증폭

[‘정순신 낙마’ 인사 참사] 검찰 편중·검증 부실…윤 정부 총체적 인사 참사

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한 정순신 변호사(사진)가 임명 하루 만인 지난 25일 사퇴했다. 정 변호사의 사의 표명은 아들의 학교폭력 가해자 전력이 알려지면서 대통령실이 임명을 발표한 지 28시간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학폭 가해자 가족의 공직 적격성 논란과는 별개로 사태는 5년 전 언론에 보도된 사안조차 걸러내지 못한 윤석열 정부의 고장난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 여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26일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검증 투명화’를 명분으로 지난해 법무부에 신설한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의 ‘부실 검증’을 질타하는 목소리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친정인 검찰 출신의 요직 독점이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동시에 제기된다. 권력 내부에서 내정 단계 전부터 ‘검사 출신의 경찰 수사조직 수장’을 기정사실화하다 보니 경찰청부터 행정안전부, 법무부, 국무총리, 대통령실 등 인사에 관여하는 단계별 조직과 기구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변호사 아들 정모씨(22)의 학교폭력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2018년 11월로 당시 고교 2학년이던 정씨가 동급생을 1년 가까이 괴롭힌 사실, 극심한 불안과 우울을 겪은 피해학생이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한 사실 등이 고스란히 언론에 보도됐다. 당시 정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을 지내고 있었는데, 그 시기 서울중앙지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었다. 고위직 공식 인사검증기구인 인사정보관리단을 휘하에 두고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었다. 인사 및 검증에 관련된 대통령실의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원모 인사비서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도 검찰 출신으로 학폭 논란 당시 현직 검사였던 정 변호사와 그리 멀지 않은 위치에 있었다. 국수본부장 후보자 추천권자인 윤희근 경찰청장을 위해 후보자 세평 및 인사검증 기초자료를 수집한 경찰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법무부는 정 변호사가 인사정보관리단의 검증 대상이었는지조차 “확인해줄 수 없다”며 입을 닫았다. 현행법상 국수본부장(치안정감)은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공무원’으로 분류되는 만큼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1차 검증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반드시 모든 고위공무원에 대한 검증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대통령실의 의뢰가 있으면 1차적으로 형식적인 검증을 한다”고 밝혔다. 그래서 검증을 했다는 것인지, 안 했다는 것인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경찰청도 국수본부장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가 검증됐는지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임명 하루 만에 정 변호사의 사의를 수용한 대통령실은 ‘아들의 학폭 문제는 몰랐다’는 쪽으로 정리하려는 기류가 읽힌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 공직자 검증은 공개된 정보, 합법적으로 접근이 가능한 정보, 세평 조사 등으로 이뤄지는데 본인이 아니라 자녀와 관련한 문제이다 보니 미흡한 점이 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법무부부터 대통령실까지 인사와 검증 라인을 장악한 여러 검찰 출신들 가운데 정 변호사 아들의 학폭 문제를 인지한 이가 아무도 없었다는 말로 해석되는데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보다는 ‘정순신 국수본부장’ 결정을 뒤집기 어렵다는 대전제 때문에 아들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을 검증 기구에서 뭉갰거나 대통령실에서 알고도 임명을 밀어붙였을 가능성이 좀 더 설득력 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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