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산일로 구제역… 끝모를 재난, 전국이 떤다

대관령도 뚫려… 호남·경남 ‘최후 방어선’

서울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이 가축전염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정부가 가축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지난 주말에도 유명 관광지인 대관령 삼양목장을 비롯한 9곳에서 구제역 추가 발병이 이어졌다. 9일 하루 동안에만 전남 영암의 오리농장 3곳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판정이 나오는 등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은 호남지역에서는 AI가 확산되고 있다.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소와 돼지 등 가축이 128만마리를 넘어섰고 AI로 매몰된 닭과 오리도 40만마리에 달하고 있다. 살처분에 따른 국고 지출액도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구제역 파동이 장기화하면서 고기재료가 공급되지 못해 곱창집, 순댓국집이 문을 닫는 ‘2차 피해’가 가시화하고, 방역 초소에서 근무하던 군인이 사망하는 인명사고까지 발생했다.

<b>불안한 ‘방어선’</b> 경기 파주시 법무리의 한 축산농가가 9일 집 앞에 출입금지 푯말을 세워놓고 구제역 방지를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불안한 ‘방어선’ 경기 파주시 법무리의 한 축산농가가 9일 집 앞에 출입금지 푯말을 세워놓고 구제역 방지를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김기남 기자

구제역은 지난 주말 강원도의 유명 관광지인 대관령과 경기도 축산밀집지역인 평택, 충북 최대 소 사육단지인 청원에서도 발생했다. 청원의 구제역은 예방백신을 맞은 소에서도 발병했다. 정부는 구제역이 아직 전파되지 않은 호남과 경남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예방접종을 대폭 확대하는 등 ‘최후의 방어선’을 치고 있다.

지난 8일 구제역 확진판정이 나온 강원 대화군 대관령면 농장은 목장 체험관광으로 유명한 삼양농장이다. 삼양농장은 구제역 발생을 막기 위해 지난달 7일부터 관광객의 관람을 전면 중단했으나 결국 구제역을 피해가지 못하고 한우와 젖소, 양 등 1000여마리를 살처분하게 됐다. 같은날 경기 평택시 고덕면의 돼지농가에서도 구제역 확진 판정이 나왔다.

9일 구제역이 처음 발생한 충북 청원군도 2716개 농가가 소와 돼지, 산양 등 17만여마리의 가축을 사육하고 있는 지역이다. 청원군 오창읍 한우농가는 지난 4일 예방백신을 접종한 곳이어서 방역 당국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구제역은 이날까지 6개 시·도 50개 시·군에서 총 108건이 발생했으며 매몰대상 가축은 소 10만4000여마리 등 총 128만2000여마리로 늘어났다.

구제역이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음에 따라 정부는 이날부터 경기·인천·충남북·강원 지역 전체를 대상으로 예방접종을 확대키로 했다. 특히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은 호남·경남 지역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지역 또는 인근 지역 전역에도 구제역 백신을 접종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전북 정읍·김제·익산·부안·군산의 소와 종돈·모돈에도 백신이 접종된다. 또 경북 안동·예천·영주·경주·영천·포항 지역의 전체 돼지와 경북 의성·봉화·영덕·청송과 경남과 인접한 경산·청도 지역의 모든 소, 모돈·종돈에 대해서도 백신을 접종할 계획이다. 백신접종 대상은 소 217만3000마리, 돼지 61만1000마리 등 모두 278만4000마리로 늘어났다.

9일 오전 1시쯤에는 경기 연천군 청산면에 설치된 구제역 이동통제초소에서 지원근무를 하던 권모 이병(23)이 승용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김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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