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 송구, 송구”···백신 예약 3번째 먹통에 시민들 ‘부글’

이창준 기자

‘53~54세’ 대상자, 사이트 열리자 1000만명 몰려 마비 사태

당국 “예상보다 30배 접속”…전문가 “땜질 준비 땐 되풀이”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사전예약 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코로나19 예방접종 온라인 사전예약이 매번 ‘먹통’ 사태를 연발하면서 예약 대상자들의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4차 대유행 속에 백신 예약조차 원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방역당국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한편 정부가 자부하던 ‘IT 강국’은 어디 갔느냐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다. 20일 전문가들은 “급히 시스템을 마련하다보니 발생한 결과”라며 “향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지난 19일 53~54세 대상 코로나19 예방접종 온라인 사전예약 서비스를 개시하자마자 1000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예약 사이트는 또 ‘먹통’ 상태에 빠졌다. 개통 당시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이 자체 보유한 서버로 처리할 수 있는 동시접속자 수는 30만명 수준이었다. 처리 가능한 수준보다 30배 이상 많은 접속자가 몰리자 예약 사이트는 마비됐고, 정부는 2시간가량 예약을 중단한 채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버’를 추가로 확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20일 오후 8시부터는 50~52세(1969~1971년생)도 사전예약이 시작됐는데 먹통까지는 아니었지만 접속자가 몰리면서 접속 지연 문제가 재연됐다. 일부 접속자들은 대기 후 자신의 차례에 예약 화면으로 넘어가지 못한 채 다시 예약시스템 첫 화면으로 돌아가는 사례도 발생했다.

전날 서버를 일시 증설하고 예약을 재개한 후에도 접속 쏠림 현상이 계속 발생하며 시민들은 2시간가량 기다린 후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예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

예약이 가능했던 53~54세 접종 대상자는 총 150만명 수준으로 정부는 당초 예약 대상보다 많게는 7배에 달하는 인원이 접속을 시도하면서 예상치 못한 장애가 발생했다는 입장이다.

경로를 우회해 접속하려는 시도도 잇따랐다. 전날 오후 10시 전후로 일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명령어를 입력해 대기시간 없이 바로 예약 페이지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 등이 공유됐다. 이는 기존 선착순 티켓 예약 과정 등에서 암암리에 쓰인 방법으로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구멍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우진 추진단 시스템관리팀장은 “우회경로를 통해 접속한 사례로 어떤 유형이 있는지 더 분석하고 최대한 개통하는 시기에 반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약 사이트 먹통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 12일과 14일 55~59세 대상 사전예약을 개시·재개할 당시에도 각각 1시간가량 접속 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정부는 시스템 오류를 막기 위해 연령을 세분화해 분산 예약하도록 하고 시스템 안정화 작업까지 마쳤음에도 접속 오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리 충분한 서버 용량을 확보했다면 많은 접속자들이 동시에 몰려도 견뎌낼 수 있었을 거라고 지적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접속량을 사전에 예측해 관련 장비를 도입하고 서버를 증설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들”이라며 “이미 예약이 시작된 이상 서버를 멈추고 근본적인 문제를 보완할 시간적 여유가 없으니 앞으로도 ‘땜질식 처방’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26일부터 시작되는 55~59세 백신 접종 시 수도권 지역의 일부 접종자에 한해서만 모더나가 아닌 화이자 백신을 접종키로 했다. 21일 국내 도착하는 화이자 백신을 2일 이내에 배송이 가능한 수도권 지역으로 배정해 모든 사전예약자가 26일부터 접종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철강·자동차 등 대규모 사업장 43곳에서 진행되는 백신 접종도 오는 27일부터 화이자 백신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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