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조끼 금방 녹고 온몸에 땀 줄줄···의료진 무더위에 ‘녹초’

류인하·이삭·백경열·허남설 기자

폭염과도 사투 벌이는 코로나 임시선별검사소 근무자들

충북 청주시 상당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지난 19일 오후 접수업무를 맡고 있는 강신규씨(왼쪽)가 방호복 위에 노란색 아이스조끼를 입고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충북 청주시 상당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지난 19일 오후 접수업무를 맡고 있는 강신규씨(왼쪽)가 방호복 위에 노란색 아이스조끼를 입고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외부 노출로 텐트 내부 ‘찜통’
바람 안 통하는 방호복 입고
땀 범벅 속 검체 채취 등 분주
하루 5시간 야외 근무 ‘헉헉’

온열질환 예방 ‘박스’ 설치도
서울 “폭염경보 땐 탄력 운영”

전국 곳곳에서 3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의료진과 행정직원들은 몰려드는 검사자들을 상대하느라 분주하다. 특히 야외에 설치된 선별검사소 의료진과 지원인력들은 ‘폭염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20일 오후 1시30분 대구 중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 설치된 임시선별검사소의 기온은 33도에 육박했다. 체감온도는 36도까지 올라갔다. 선별검사소 앞에는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찾은 시민 50여명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의료진과 공무원들은 각각 조를 짜 대기자 질서유지, 문진표 작성, 검사키트 배부, 전산입력, 검체채취 등의 업무를 일사불란하게 진행했다.

대형 몽골텐트 여러 동을 붙여 만든 검사소는 그늘을 만들어줬지만 외부에 노출돼 있는 탓에 도심의 열기와 습도까지 막지는 못했다. 의료진은 레벨D 방호복을 입고 라텍스 장갑, 보호신발, KF마스크, 안면보호구를 갖추고 검체채취 작업을 벌였다. 보건소 직원들은 비교적 통풍이 잘되는 전신가운을 입었지만, 보호장구는 모두 착용했다. 이곳 관계자는 “얼음팩을 앞뒤로 넣은 조끼를 입고 근무에 투입되지만, 40분만 지나면 다 녹아서 물이 돼 버린다. 땀이 비오듯 흘러서 속옷까지 젖는다”면서 “의료진은 파란색 전신가운만 입어도 되지만, 검체를 채취하다 감염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는 현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과 두류공원 야구장 2곳에 야외 임시선별검사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임시’로 만들어진 탓에 선별진료소에 비해 무더위에 취약하다. 대구는 의료진 휴식을 위한 별도 컨테이너를 설치해 온열질환을 예방하고 있는 상황이다. 행정지원 인력도 1시간 단위로 교대근무를 하고 있다.

전날 27도를 기록한 충북 청주 상당구 남일면 상당보건소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접수업무를 맡고 있는 강신규씨(34)는 “방호복을 입고 일하면 체온이 0.5도 정도 더 올라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상당보건소는 청주 지역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중 유일하게 야외에서 접수 및 검체채취가 이뤄지는 곳이다. 이 때문에 컨테이너형 선별진료소 근무자에 비해 폭염에 취약하다. 남일면 보건소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은 모두 방호복 위에 노란색 아이스조끼를 입고 근무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스조끼도 2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녹아버렸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접수업무를 시작한 강씨의 이마에는 땀이 흥건했다. 아이스조끼 속 보랭제도 액체로 변했다. 폭염 필수품인 냉풍기와 선풍기도 오히려 그를 힘들게 했다. 강한 바람이 불어 서류작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직원들과 방문객 모두 더위에 힘들어하고 있다”며 “조만간 컨테이너를 설치해 더위를 피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20일 한낮 기온은 대구와 비슷한 32도를 기록했다. 송파구 방이동 ‘평화의문’ 광장 임시선별검사소 의료진은 업무 시작 1시간 전인 오전 9시부터 분주하게 움직였다. 검체채취가 이뤄지는 천막 양쪽으로 에어컨과 냉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지만 이 역시 한낮의 무더위를 쫓을 만큼의 위력을 발휘하지는 못했다. 의료진은 전신가운을 입고 헤어캡과 마스크, 페이스실드(안면보호구), 장갑을 낀 채 쉴 새 없이 검체채취 작업을 벌였다. 헤어캡 안은 머리에서 나온 열기로 축축이 젖어 있었다. 아이스조끼를 입었지만 이 역시 얼마 못가 녹아버렸다. 임시선별검사소 의료진은 오전반·오후반으로 나눠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 평화의문 광장 검사소는 오후 9시까지 연장운영을 하고 있어 오전반은 오전 9시~오후 3시까지, 오후반은 오후 3~9시까지 근무한다. 점심·저녁 식사시간을 제외하더라도 하루 5시간을 꼬박 야외에서 근무하는 셈이다.

현장지원 요원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지원인력들은 대기 천막 안팎을 오가며 인원 파악을 하는 등 쉴 새 없이 움직였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반바지나 스포츠용 레깅스를 입은 요원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었다. 한편 서울시는 폭염경보 발령 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 운영 시간을 단축하거나 오후 2~4시까지는 업무를 중단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지침을 일선 자치구에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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