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사업 투자 부족…‘자주권 확보’ 아직 먼 길

김향미·이창준·정대연 기자

mRNA 방식은 단기간에 어려워

국내 개발은 임상 3상 준비 단계

정부 “내년 5000만회분 계약 임박”

전 세계적으로 백신 구매전이 치열해지면서 ‘백신 자주권’ 확보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지만 국산 백신 개발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

국내 바이오업체들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뛰어들긴 했지만 애초 수십년간 백신·바이오 산업 투자 자체가 미미했던 터라 영국·미국 등 백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특히 미국 화이자·모더나사가 생산하는 메신저 리보핵산(mRNA) 계열 백신의 경우 단기간에 자체 개발이 쉽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재조합 백신 등 전통적 방식의 백신을 개발 중인 업체에선 임상시험 3상 단계까지 온 후보물질도 있지만 국내 공급을 위한 상용화·대량생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원회’ 출범을 겸한 1차 회의를 주재한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추진위 첫 회의를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것은 “백신주권 확보를 위한 국산 백신 개발과 세계 2위 바이오의약품 생산 능력을 토대로 한 백신 생산의 글로벌 허브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임세은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중대본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백신으로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한 국내 업체는 모두 7곳이다. SK 바이오사이언스(재조합 백신)가 최근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신청해 식약처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다만 3상 임상시험을 위한 대조군 백신에 속하는 노바백스 백신의 허가가 나지 않은 데다 비교임상으로 진행해도 최소 4000명이 참여해야 하는데 국내 고령층 접종률이 높아 참가자를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빨라야 내년 상반기쯤 백신이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바이오로직스(재조합 백신), 제넥신·진원생명과학(DNA 백신)은 임상 2상에, 셀리드(바이러스벡터 백신), HK이노엔(재조합 백신)이 임상 1상에 각각 진입했다. 최근 화이자·모더나사가 개발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 RNA) 백신 수요가 국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는데, 국내 업체 중에선 큐라티스가 지난달 19일 임상 1상 계획을 승인받았다. 큐라티스 외에 지난달 한미약품·에스티팜·GC녹십자 등 3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꾸려 mRNA 백신 플랫폼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고, 셀트리온이 미국 트라이링크 바이오테크놀로지와 mRNA 백신 플랫폼 개발에 착수했다고 이날 밝혔다.

mRNA 백신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중에 새로 개발된 백신이다. 바이러스 단백질을 체내에 직접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유전정보가 담긴 mRNA를 분자 형태로 인체에 투여해 항원을 형성할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면역체계를 학습시켜 진짜 병원체가 침입했을 때 효과적으로 항체를 형성하도록 돕는다.

홍기종 한국백신학회 편집위원장은 “코로나19 이전에 mRNA 백신은 안전성 등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점이 많아 학계나 바이오업계에서는 주요 백신 플랫폼으로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신산업도 시설과 인력이 충분해야 성장하는데, 미국 등에 비하면 국내에선 정부 지원 등 투자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미국은 백신 개발사에 14조원을 투자했고, 한국은 올해 백신 개발 지원 예산이 680억원”이라고 했다.

정부는 올 하반기까지 도입될 물량을 포함해 1억9300만회분의 계약을 맺었다. 7월까지 2770만회분이 들어온 데 이어 8월엔 5일까지 608만500회분이, 6~7일 중 모더나 7월 물량 130만회분이 들어온다. 당국은 내년도 mRNA 백신 중심으로 5000만회분 구매 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이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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