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쳐온 ‘확진자와 함께 살기’…정부는 지침 바꾸고 또 바꿔

허남설 기자

오늘부터 새 방역체계 적용

‘집중관리’ 고위험군 기준 바꿔
확진자에 역학조사 등 자율 부여
격리 지침 동거인에 전달 역할도
“국민에 정책 변화 명확한 설명을”

A씨는 지난달 말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최근까지 격리 생활을 했다. 증상은 가벼웠지만 격리 해제 전날에도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선 양성 반응이 나왔다. 직장에선 A씨에게 음성 PCR 검사 결과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병원에서 유료 검사를 받아서라도 음성 결과를 가져오라는 입장이다. A씨는 음성 결과를 못 내면 불이익을 당할까봐 두렵다고 했다.

이제 A씨 같은 상황은 다수의 일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9일 신규 확진자는 5만명에 육박했고, 5~6일 만에 2배로 불어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집계한 확진자는 4만8437명으로 전날 동시간대보다 7500여명 많다. 10일 0시 기준 확진자는 6만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은 지난 2년간 확진자 억제에 중점을 둬온 한국 사회에 ‘확진자와 함께 사는 법’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도 방역 패러다임을 개편했다. 강력한 사회 통제를 통한 방역은 시민 협조와 참여를 구하는 방향으로 넘어가고 있다.

개편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선 확진자에게 많은 자발적 의무를 부여했다. 보건소는 더 이상 접촉자를 추적하지 않는다. 확진자가 스스로 온라인을 통해 접촉자를 적어 내야 한다. 이 명단에서 누락된 사람은 PCR 검사를 받기가 쉽지 않다. 확진자가 얼마나 꼼꼼히 접촉자를 적는지에 따라 검사 대상과 감염병 확산 수위가 달라진다.

확진자는 격리지침을 중계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동거인도 수동감시(접종완료자)나 격리(미접종자)가 필요하지만, 이제 별도 연락 없이 확진자를 통해 전달받게 된다. 확진자는 가족은 물론 기숙사·공유주택 같은 집단생활에서 격리지침을 공유하는 주체가 돼야 한다.

격리 중 이탈 여부도 사실상 확진자에게 맡긴다. 60세 이상 등 ‘집중관리군’이 아니면 별도 건강 모니터링 전화도 없다. 확진자는 이제 정부 통제를 받던 ‘방역 객체’에서 ‘방역 주체’로 위치가 변했다. 하지만 제도는 바뀌었지만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문 불일치에 따른 혼란이 당분간 사회 곳곳에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모두가 이미 ‘잠재적 확진자’가 된 상황에서 확진자에 대한 ‘낙인’은 지나친 의무를 강요해,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과도기를 잘 넘어가려면 정부의 메시지가 보다 더 명확해야 한다. 방역정책이 180도 바뀔 수밖에 없게 된 불가피성을 솔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셀프 재택관리’ 체계 가동을 하루 앞둔 9일 정부는 집중관리 대상이 되는 고위험군의 기준을 변경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오락가락 바뀌는 정부 방침에 현장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코로나19 재택치료 집중관리군 대상은 ‘60세 이상,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은 사람 중 지방자치단체가 집중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람’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과대학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신속항원검사로의 검사체계 변화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변경된 재택치료 지침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국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여러 정책 변화는 국민들의 일상과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결정이지만 저도 따라가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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