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관리 앱 ‘먹통’…임신부·어린이 환자 정보 없어 “불안”

이유진 기자

재택치료자 16만명 넘으며 ‘각자도생식 방역’ 혼란 커져

보건소 관리능력도 한계치…일반관리군 환자 방치 걱정

중대본 “환자 상태 맞는 적합한 의료 서비스 제공할 것”

재택치료 중입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재택치료 중인 서울 노원구 한 가정의 확진자가 생활하는 방 앞에 9일 음식이 놓여 있다. 이 확진자는 가족과 함께 한집에서 지내며 치료 중이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재택치료 중입니다 코로나19 확진으로 재택치료 중인 서울 노원구 한 가정의 확진자가 생활하는 방 앞에 9일 음식이 놓여 있다. 이 확진자는 가족과 함께 한집에서 지내며 치료 중이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정부가 코로나19 재택치료 집중관리 대상을 고위험군으로 축소하는 등 이른바 ‘셀프방역’을 확대하자 현장에서 크고 작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셀프방역’ 확대는 재택치료자가 16만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의료 대응 역량을 고려한 불가피한 조치로 보이지만, 개인이 방역·치료를 책임지는 ‘각자도생식 방역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19 확진자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도입한 원격관리 시스템에 대한 불만부터 쏟아졌다. 서울 양천구에 사는 A씨(40)는 지난 8일 방역당국 문자 안내대로 ‘생활치료센터 비대면진료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을 설치한 뒤 함께 전달된 거주지번호와 생년월일을 차례로 입력했지만 로그인이 되지 않았다. 문자를 보내온 전화번호로 1시간 간격으로 여섯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 중입니다’라는 응답만 들려왔다.

정부는 이 앱을 통해 재택치료자의 건강상태를 판단한다. 그러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앱 마켓에는 ‘보건소에서 온 아이디로 로그인이 되지 않아 보건소에 전화하니 백번을 해도 한 번을 안 받는다’ ‘체온, 맥박수·혈압 등 기본적인 건강기록을 적어야 하는데, 재택치료 키트를 받지 못해 입력을 하지 못하고 있다’ 등의 후기가 적혔다. 9일 오후 2시 기준 해당 앱의 평점은 구글플레이와 애플스토어에서 5점 만점에 각각 2.5점, 2.1점에 불과했다.

재택치료자 지급품 준비 경기 수원시청에서 9일 재택치료추진단 직원들이 재택치료자들에게 지급할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재택치료자 지급품 준비 경기 수원시청에서 9일 재택치료추진단 직원들이 재택치료자들에게 지급할 물품을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일선 보건소의 관리능력도 한계치에 달했다. 재택치료자의 건강상태를 점검하는 관리의료기관 601곳의 최대 관리 인원은 8만3000명 수준인데, 이미 91.8%가 가동되고 있다. A씨는 “지난 8일 오전 9시45분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는데, 그로부터 3시간 뒤에야 보건소 직원과 통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직원의 안내가 늦어지는 바람에 밀접접촉자인 가족의 PCR 검사도 지연됐다. A씨의 배우자 B씨는 “보건소가 정신없이 바빠 연락이 늦어진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기초역학조사서에 동거 가족 연락처를 입력하면 지체없이 PCR 검사를 받을 수 있게 안내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응급 상황이 생길 수 있는 50대 미만 기저질환자, 임신부, 소아·어린이 환자 등을 관리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반관리군에 속하는 이들은 의료기관의 모니터링을 받지 않는다. 7일간 스스로 건강상태를 관찰해 필요할 때 동네 병·의원의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C씨(43)는 “고혈압과 당뇨병에 대해 직접 병원에 가지 않아도 대리 처방이 가능하다는 안내만 받았을 뿐, 동거 가족이 모두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어떻게 약을 배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울산에 사는 임신부 임모씨(31)는 “임신부에 대해선 별도의 관리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관련 정보가 없어 불안하다”고 했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총괄조정관(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재택치료) 일반관리군 환자분들께서 관리에서 벗어나 홀로 방치되는 것 아닌지 우려와 걱정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있다”면서 “모든 코로나 환자는 국가 책임으로 안전하게 관리한다는 원칙이 계속 준수되고 일반관리군도 중증화 예방 중심으로 환자 상태에 맞는 적합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며 관리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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